jhkim@cj.net 요즘 젊은이들이야 군대 하면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을지 몰라도 나처럼 나이깨나 든 세대에게 군대는 추억서린 삶의 한 시기다. 어찌 보면 내 인생에서 군대 시절만큼 '인간적으로'살았던 적도 없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젊은 인생들이 부대끼는 용광로. 나는 군대를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십대 후반에서 이십대 후반까지의 다양한 삶들이 인생의 한 시절을 보내기 위해 만났고,오줌발조차 얼어버릴 만큼 추운 겨울 밤에 함께 보초를 서며 담배 한 모금에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공간. 그 곳이 바로 군대다. 누구에게나 힘든 긴 기간 동안 가슴에 쌓아둔 이야기들을 하나 둘씩 풀어놓으면서 서로 의지하고 이겨낸다. 네 일을 내 일처럼 생각하고 울며 웃는 동안 나는 실제 내 나이보다 훌쩍 크게 성장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리더십이라는 것을 처음 체험한 곳도 군대였던 것 같다. 가정형편이나 지식 수준이 하늘과 땅처럼 다를지언정 이 곳에서 만큼은 중요하지 않고,오직 나라는 한 인간이 그 자체로 승부해야만 하니,나는 한결 거칠게 담금질 당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머리를 빡빡 밀다시피 한,군기 바짝 든 이등병 시절을 지나 한결 여유로워진 일등병과 상병 시절,그리고 반쯤 사회로 복귀한 더벅머리 병장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한 조직 안에서의 다양한 역할과 그에 따른 리더십을 훈련받게 되지 않았을까. 며칠 전 뉴스를 보니 휴전선 최전방 내무반이 비좁은 침상형에서 현대식 침대형으로 바뀐다는 소식이다. 이제는 군대에서 '찜밥'처럼 '칼잠'도 사라지게 되나 보다. 하긴 요즘 내무반에서는 수도꼭지만 틀면 온수가 나오고 일과 후엔 노래방과 인터넷 게임도 즐긴다고 하니,그리 새로울 것도 없는 뉴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와중에 서로 칼잠을 자며 살을 맞대고 부대끼던,용광로에서 스스로를 담금질하던 옛 군인정신마저 사라지지는 않길 바란다. 애국하는 방법은 많다. 아마 군 생활도 그 여러 가지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요즘에는 어려서부터 리더십을 체계적으로 길러주는 교육도 많다 하니,구구절절 군 생활의 장점을 이야기하는 내 글도 '구태(舊態)'일 수 있겠다. 하지만 내 딸아이가 인생의 동반자를 소개한다면,나는 그래도 감히 묻고 싶다. "자네,군대는 갔다 왔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