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왕 쉐빙 전 중국은행장이 12년 실형을 선고받았다고 중국 신화통신이 11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개혁과 청렴의 상징이던 주룽지 전 중국 총리가 키운 '금융계 3인방'이 모두 불명예 퇴진했다. 왕 쉐빙(53)은 1993년부터 중국은행장을 지내면서 2백28만위안(약 3억원)의 뇌물을 받고 불법 대출 및 만기 연장을 주선한 혐의로 지난해 구속 수감됐었다. 왕 쉐빙은 중국은행 뉴욕 지점장 출신으로 주 전 총리가 그의 국제 감각을 높이 사 중국은행장으로 발탁한 인물이다. 이에 앞서 외환관리국장과 중국인민은행 부행장을 지낸 뒤 홍콩 광다그룹 이사장으로 있던 주샤오화(53)도 수억 홍콩달러 규모의 불법 대출에 간여한 혐의로 1999년부터 가택 연금을 당했다가 지난해 15년형을 선고받았다. 주샤오화는 중국인민은행 상하이 지점에 근무하면서 당시 상하이 시장이던 주 전 총리와 가까워졌고 주 전 총리가 1991년 국무원 부총리로 중앙에 진출한 후 중국인민은행 부행장으로 발탁됐다. 역시 '주 전 총리 사람'으로 분류되는 리푸샹 외환관리국장은 비리 혐의로 조사가 시작되자 2000년 베이징의 한 병원에서 당뇨병 치료 중 투신 자살했다. 이에 대해 일부 외신들은 장쩌민 전 주석과 주룽지 전 총리의 주도권 다툼에서 주 총리쪽 금융계 인사들이 잇따라 희생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