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증가에 대한 심각성을 처음으로 제기한 사람은 영국의 경제학자 토마스 맬서스였다. 그는 1798년에 쓴 '인구론'에서 제한된 토지에서의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어쩔 수 없이 빈곤과 기아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는데 이 경고는 2백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맞아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본 서구 여러나라에서는 출산율 저하로 인한 인구 감소를 오히려 걱정하는 형편이지만,인구문제는 여전히 폭발력을 지닌 지구상의 뇌관으로 남아 있다. 3년 전 인구 10억명을 돌파한 인도는 인구 급증세가 계속되면서 심한 몸살을 앓고 있으며,서부 사하라 지역을 중심으로 한 아프리카 국가들의 증가세는 가히 살인적이라고 한다. 특히 아프리카 인구는 앞으로 50년내 3배로 증가할 것이라는 유엔 보고서가 나와 있기도 하다. 엊그제 발표된 유엔세계인구보고서에서도 저(低)개발국의 높은 출산율 때문에 앞으로 3백년 후 세계인구가 현재 63억명에서 90억명으로 늘 것이라고 밝혔다. 2년 전 보고서에서 2050년도에 93억명에 도달할 것이라는 예측과는 차이가 있지만 개발도상국 인구가 세계 인구의 90% 정도를 차지할 것이라는 점에서는 견해를 같이한다. 문제는 이들 국가의 빈곤이다. 세계노동기구(ILO) 통계를 보면 현 세계인구의 절반 정도가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는데 인구증가에 따른 뾰족한 대책이 없어 빈곤층은 더욱 확대될 게 뻔하다. 인구증가는 또 필연적으로 도시의 거대화를 초래해 심각한 주택 위생 등의 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역사학자인 폴 케네디는 '21세기 준비'에서 2025년에 가면 중남미지역의 도시화 비율은 무려 85%,아프리카는 58%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구문제 전문가들은 21세기의 위기는 인구 폭증에서 비롯될 것이라고 예언한다. 지구 폭발을 가져올 인구증가가 원만히 해결되지 않는 한 인류의 장래는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다. 출산율 저하를 걱정하는 우리 현실과는 동떨어진 것 같지만 인구문제가 인류의 미래와 직결돼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