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허브 로드맵은 그렸지만] 외국자본 투자 밑천만 대줄수도…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정부가 11일 발표한 '동북아 금융 허브(중심지) 추진전략'은 한국투자공사(KIC) 설립방안을 제외하면 거의 모두가 선언적인 것들이다.
중장기 로드맵과 7대 추진과제를 통해 정부가 추상적인 정책방향만 제시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금융허브 전략의 실현 가능성을 따지는 것조차 어렵다는 것이 중평이다.
게다가 KIC의 경우도 외환관리 책임을 맡고 있는 한국은행측에서 '조건부 위탁론'을 내놓는 등 정부의 독자적인 보유외환 운용방침에 대한 반대방침을 분명히 해 운영과정에서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동북아 금융허브를 이루기 위해서는 정부가 KIC 설립과 같은 새로운 기구를 설립할 게 아니라, 근본적인 규제 철폐로 국내 금융산업 경쟁력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 자산운용업 중심의 금융중심지 전략
정부는 2020년까지 한국을 동북아 금융중심지로 육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산운용업 중심의 특화 금융허브'를 선택했다.
주식 외환 투자은행 분야에서는 동북아 금융허브로 발전할 가능성이 낮고 채권 상업은행 부문은 보통 수준인데 반해 자산운용 부문에서는 선도 금융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최중경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은 "연기금 확대와 외환보유액 축적 등으로 공공자금 규모가 늘어난 데다 저금리와 노령화 추세로 자산운용업 육성의 필요성이 강해졌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 금융규제ㆍ감독기준은 상당히 바뀔 듯
정부는 금융상품 개발을 쉽게 할 수 있도록 관련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감독기준도 바꾸기로 했다.
정부가 2007년까지 금융업법을 네거티브 시스템(열거된 금지항목을 제외한 모든 것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바꾸기로 한 것은 다양한 자산운용 상품을 개발하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정부가 어떤 규제와 감독기준을 고쳐 나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프로젝트파이낸싱법 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아 사실상 폐기된 상황에서 아시아 부실채권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지역특화 구상도 뜬구름 잡기에 그칠 공산이 크다.
아시아 부실채권을 담보로 한 펀드형 채권을 발행하겠다는 구상도 각국의 이해관계가 달라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 외국자본 부작용도 우려
정부는 2005년께 자본금 2천억원의 KIC를 출범시켜 외환보유액과 공공기금의 일부 자산을 운용시킬 계획이다.
한국은행이나 연ㆍ기금이 독자적으로 외화자산을 운용할 때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외국자본 유치와 고급정보 수집에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외환보유액 운용방식에 제동을 걸고 나서는 등 반대가 만만치 않은 데다 외국자본의 국내시장 잠식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KIC를 설립하고 이곳을 통해 외국 펀드들에 자산운용을 맡긴다면 외국인들이 국내 금융회사를 인수하거나 투자하는 놀음에 뒷돈만 대주는 꼴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