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기무사령부(사령관 송영근 육군중장)가 최근 잇따르고 있는 대형 무기거래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수수방관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군내 사정기능이 마비된 게 아니냐는 비난여론이 군 안팎에서 비등하고있다. 특히 이번 무기군납 비리와 관련해 기무요원들의 직무유기나 범죄 방조, 공모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음에도 취임 이후 `기무사 개혁'을 공개 천명해왔던 송 사령관이 침묵으로 일관해 개혁의지를 의심케 하고 있다. 송 사령관은 지난 6월 기자회견에서 "정권교체 때마다 기무사 개혁 지적이 나오지만 다시는 개혁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로 개혁안을 마련했다"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경찰에 구속된 이원형 전(前) 품질관리소장이 지난 98년부터 무려 4년에걸쳐 군납업자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았다는 사실은 비리 의혹에 대한 기무사의 자체 조사나 감찰 행위가 전혀 없었음은 물론 부하 요원들의 `촉수기능'이 사실상 마비됐음을 의미하는 것인데도 송 사령관은 그 원인을 규명하고 문책하려는 노력마저보이지 않고 있다. 국방부에는 천문학적 액수의 국민혈세로 구입되는 방위산업물자 구매 과정의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기무요원들이 무려 20∼30명이 활동하고 있으나 그 동안 이씨의 비리를 단 한 건도 적발하지 못했다. 기무요원들이 이씨의 범죄를 차단하기 위한 예방노력을 게을리 했다면 직무유기이고, 비리 혐의를 알고도 눈감아 주었다면 명백한 범죄 방조라는 게 군 내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김대중 정권 시절 군내 특정지역출신 실세로 꼽혔던 이 전 소장이 무기거래 스캔들과 함께 각종 인사비리에도 연루됐다는 소문들이 최근 2∼3년 사이에 끊이지 않았음에도 기무사가 이 부분을 규명하지 못한 것은 모종의 `공생관계'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마저 군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이씨의 뇌물수수 범죄가 이뤄질 당시 감시임무를 맡은 기무부대의 핵심 간부들이 현재 기무사령부와 국방부 등에 여전히 건재하고 있어 기무사 차원의 방산비리관련자 색출작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따라서 송 사령관의 개혁노력 부족과 기무사 내부의 복잡한 인간관계 등으로 인해 자체 사정이 힘들다면 조영길(曺永吉) 국방장관이 직접 나서야한다는 여론이 군을 중심으로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 씨가 현재 민간인 신분이라는 이유로 군은 소 닭 보듯하고있다. 그러나 무기도입 비리와 관련해 현역군인들의 추가 연루 가능성이 높은 만큼군의 자체적인 진상규명 및 관련자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조 장관이 국방부 감사관실을 동원해 기무요원들의 직무유기나 범죄 방조, 공모 의혹을 명백히 가려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는 군내 `도덕 불감증'을 없애야한다고 촉구했다. (서울=연합뉴스) 황대일 기자 had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