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크리스마스도 가족과 함께 지낼 수 없을 것 같네요. 제가 직접 공장을 돌려야 하니까요."(주물업체 P사장) 주물 도금 염색 등 소위 3D업종으로 불리는 중소기업의 경영자들은 여느 해보다도 힘겨운 연말을 보내고 있다.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이 불황의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데다 인력난도 좀처럼 완화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불법체류 외국인근로자의 집중단속이 내년초부터 시작될 예정이어서 이들의 걱정은 태산같다. 몇몇 중소기업 사장들은 "그나마 생산현장을 지켜오던 불법체류 외국인마저 쫓아내면 아예 공장문을 닫을 생각"이라고 말하고 있다. 지난 몇년동안 외국인들은 싫든좋든 생산현장의 숙달된 근로자로 성장해왔다. 냄새나는 도금공장에서,뜨거운 용광로 옆에서,폐지가 가득 쌓여있는 제지공장에서 묵묵히 일해 왔다. 이들은 이제 도금 열처리 염색 주물 단조 가구 제지 공장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 자리잡았다. 이들이 나가면 바로 기계를 세워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더이상 불법체류 외국인들이 한국땅에 눌러앉는 것을 막겠다며 내년초부터 본격적인 단속에 들어갈 예정이다. 기협중앙회에 따르면 부족한 중소기업 생산인력은 15만4천명(부족률 9.4%)에 이른다. 그나마 생산현장에 불법체류 외국인이 11만여명이 있기에 인력부족률이 10% 이하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을 모두 내쫓는다면 문닫는 중소기업이 늘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 사장들의 소망은 단순하다. 그들은 기계를 돌릴 사람을 구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그러면 공장을 중국으로 이전하라고 해도 안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기업을 살릴 것인지 아니면 문닫게 방치할 것인지 중소기업인들은 주시하고 있다. 이계주 산업부 벤처중기팀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