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국투자공사를 설립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동북아 금융허브 추진전략의 일환으로 제시됐던 한국투자공사 설립은 국제 자산운용 비즈니스를 한국으로 끌어들여 동북아 금융센터의 역할을 확실히 하고 외화자산의 운용수익을 증대시킨다는데 그 기본 목적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단 투자공사의 설립을 기정 사실화한다고 해도 그 설립의 명분으로 내세운 몇 가지 이유에 대한 오해나 오류는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우선, 투자공사의 기본개념은 규모의 경제다. 즉 외화 및 투자자금을 한 곳으로 집중시켜 투자 및 투자관리의 효율성을 올리고 따라서 투자수익을 높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규모의 경제를 이룬다 하더라도 그것이 곧 서울이 동북아의 금융센터로서 자리매김을 할 수 있다는 가정은 비약적이다. 도쿄가 투자시장의 규모나 깊이가 두터우나 국제금융 허브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은 금융인프라의 미비, 무엇보다도 상업마인드의 부족에 기인하는 것처럼 서울이 동북아 금융의 허브로 발돋움하기에는 여러가지 필요한 부분이 많다. 최근 맥킨지의 조사에서도 나타났듯이 서울의 금융센터로서의 경쟁력은 아직도 미흡하다. 둘째로 싱가포르의 GIC(정부투자공사)나 TAMASEK, 대만의 외화자산투자 방식은 그 나라의 정치적 현실에 입각한 운영방식(Modus Operadi)으로서 우리나라와는 입장이 다르다. 예를 들어 대만의 외화자산투자는 역사적으로 중국의 대만합병을 염두에 둔 Sheltering에 우선순위가 있었고 싱가포르는 중앙집권적인 정치체제에 따른 투자집중으로 이해되어진다.물론 GIC나 TAMASEK은 그 동안의 경험과 노하우 축적으로 국제적으로 유수한 자산 운용회사로 발전했지만 말이다.여하간 한국투자공사의 설립은 외국계 자산운용사 및 금융기관으로부터 상당한 환영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부터의 과제는 어떻게 한국투자공사를 이끌어가야 할 것인가에 있다. 첫째는 재원의 조달에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구조,특히 대외경제의 구조로 볼 때 아직은 외환보유액과 투자자산을 혼동해서는 곤란하다. 엄밀하게 말해서 외환보유액 관리와 보편적인 외화자산 투자사이에는 차이니스 월(Chinese Wall)을 쌓아야 한다. 이것이 혼동되어서는 마치 전세금의 일부를 빼 생계비를 벌기 위한 투자에 사용하는 격이 될 수 있다. 외환보유액의 과다에 따른 논의도 그래서 별 설득력이 없다. 따라서 한국투자공사의 재원은 재정으로 충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최초의 자본규모도 꼭 2백억달러로 출발할 필요는 없다. GIC가 1천억달러 규모의 투자자산을 확보하는 데는 10년 이상 걸렸고 부동산 투자 등 고위험 고수익 투자까지 범위를 넓히는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됐다. 둘째로 투자공사의 독립성이 보장돼야 한다. 투자공사를 정부의 한 산하기관으로 인식해 인사나 운영을 정부의 의지대로 실행한다면 그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워진다. 투자공사의 운영은 철저하게 상업적이어야 하고 전문적이어야 한다. 셋째는 투명성에 있다. 그 운영과 실적은 투명하게 이루어지고 공시돼야 하며 추호도 분식과 은폐를 용납할 수 없다. 문제는 그 투명성을 보호하는 감시장치를 어떻게 만드냐에 있다. 간섭이 심하면 상업적인 경영이 어려워지고 반대로 간섭(감시)이 소홀하면 방만한 운영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넷째는 장기적 발전 계획이다. 투자공사의 성장과 발전에 장기적인 안목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투자자산을 외국기관에 위탁운영만 한다면 존재의 의의를 찾을 수 없다. 하지만 전문가를 육성하자면 시간이 걸린다. 단기 성과주의보다는 장기발전을 목표로 해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한국투자공사의 성공은 설립의 명분이나 그 목적의 타당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운영의 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독립적인 재원조달, 독립성과 투명성의 유지, 그리고 장기적인 발전계획이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다. kbkim@mondex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