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화·골동품에 양도세를 부과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18일)을 앞두고 과세를 주장하는 재경부와 반대하는 미술계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재경부가 내놓은 개정안의 내용은 내년부터 2천만원 이상인 작고 작가의 작품 거래시 양도차익이 발생할 경우 10년 이상 보유는 양도가액의 1%,10년 미만 보유는 3%를 자진 납부토록 한다는 것.이 개정안은 지난 9일 정병국 의원(한나라당)이 과세 근거를 삭제하는 수정안을 제출함에 따라 본회의에 아예 상정되지 못해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다시 다뤄지게 됐다. 미술시장의 극심한 불황으로 과세 여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현실론을 근거로 과세를 폐지하는 내용의 수정안엔 1백80여명에 이르는 여야 의원들이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술품 양도과세 법안이 폐지될 위기에 놓이자 재정경제부 김영룡 세제실장을 비롯한 재경부 관계자들은 지난 11일 국회에서 문화관광부 백익 예술국장,김종춘 한국고미술협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세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를 가졌지만 미술계와의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술계가 미술품 양도과세 폐지를 주장하며 정부안에 강력 반발하고 있는 것은 법안에 담긴 '거래실명제' 때문이다. 정부안이 시행되면 양도세를 실명으로 납부해야 되는데 납세자의 대다수인 미술품 애호가들이 신분 노출을 꺼려 거래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미술시장이 더 음성화되거나 아니면 거래가 끊겨 화랑들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문화관광부 내에서도 미술품 양도과세가 미술시장을 더욱 위축시키는 등 현실성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폐지돼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한 상태다. 14년이나 표류해 온 미술품 양도과세는 김진표 경제부총리가 지난 90년 재경부 과장으로 일할 때 입안했던 사안이다. 재경부가 미술계와 문화관광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안을 강력히 고수하고 있는 데는 김 부총리의 '의지'가 반영됐기 때문 아니냐는 게 미술계의 시각이다. 한 화랑 대표는 "재경부 입장에선 이 개정안의 시행 여부에 자존심이 걸려 있을지 모르지만 화랑들은 문을 닫느냐 마느냐 하는 생계가 달린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안과 수정안이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질 경우 재적의원 과반수 이상(1백50표 이상)을 얻는 안이 최종적으로 채택된다.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