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맨해튼의 월드 파이낸셜 센터.삼성 LG 등 국내 증권사들이 벤치마킹 모델로 삼고 있는 메릴린치(Merrill Lynch) 본사가 있는 곳이다. 메릴린치는 요즘 자산관리영업의 핵심인 파이낸셜 어드바이저(Financial Advisor) 충원 작업에 분주하다. 메릴린치의 파이낸셜 어드바이저는 무려 1만3천4백명.전체 직원(4만7천8백명)의 28%에 달한다. 그러나 이 회사는 향후 3년 동안 매년 전체 인원의 5%가량을 새로 뽑을 방침이다. 자산관리 영업에 쏟아붓는 열성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세계 36개국에 지점을 두고 1조3천억달러의 자산을 굴리는 메릴린치는 돈 있는 이들을 겨냥한 자산관리(Wealth Management)부문에 승부를 걸고 있다. 파이낸셜 어드바이저는 고객의 주식투자는 물론 저축 보험 부동산 취업 출산 퇴직생활 등에 대해 상담해준다. 메릴린치의 시니어 파이낸셜 어드바이저인 돈 손은 "전세계 부자들의 돈을 관리해주는 것이 메릴린치의 목표"라면서 "파이낸셜 어드바이저 증원계획은 10년 앞을 내다보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미국에서 1백만달러 이상의 자산을 가진 사람들이 급증했다"면서 "자산관리 영업의 성패는 개인자산가를 얼마나 끌어들이느냐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메릴린치의 이같은 노력은 실적으로 나타난다. 자산관리 수수료 비중이 지난 2001년 24.4%에 달해 주식위탁매매수수료 비중(24.0%)을 처음으로 추월했다. 작년 순수입 중 자산관리부문은 26.4%(49억1천4백만달러)로 가장 많았다. 주식위탁매매수수료는 25.0%(46억5천7백만달러),투자은행(IB)은 12.9%(24억1천3백만달러)였다. 메릴린치가 자산관리 쪽에 눈을 돌린 때는 90년대 후반.골드만삭스 등 거대 투자은행의 출현으로 IB영업 경쟁이 치열해지고 증시 침체와 거래량 감소로 위탁매매수수료가 급감한 것이 계기가 됐다. 메릴린치는 97년 영국 자산운용사인 머큐리에셋매니지먼트를 인수,자산관리 영업 기반을 다졌다. 메릴린치는 지난 70년대 혁신적인 신상품 개발로 위기에서 탈출한 적이 있다. 75년 위탁매매수수료가 전면 자율화돼 존립 기반을 위협받자 1개 계좌로 증권거래 물품구입 보험 현금서비스 등 다양한 거래를 할 수 있는 CMA(Cash Management Account)를 내놨다. CMA는 은행 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제시,시중자금을 대거 유치했고 이는 메릴린치의 성장동력이 됐다. 써니윤 굿모닝신한증권 뉴욕법인장은 "한국 증권사들은 위탁매매수수료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으며 머지않아 미국처럼 은행과 증권사간 합병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