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에서 3억원 이상을 빌린 사람 가운데 37%가 신용불량자로 등록됐고, 10건 이상 채무가 있는 신용불량자 38만명 가운데 상당수는 동일한 금융회사로부터 여러 건을 집중 차입한 것으로 드러나는 등 금융회사들의 신용관리에 허점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은행연합회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신용불량자 및 다중 대출 현황'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현재 국내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1천4백69만명 가운데 신용불량자는 3백59만명으로 나타났다. 은행이나 신용카드회사 등에서 돈을 빌린 사람 가운데 24.4%가 신용불량자라는 얘기다. 특히 3억원 이상을 대출받은 14만2천명 가운데 36.9%인 5만2천여명이 신용불량자로 등록돼 전체 신용불량 비율을 훨씬 웃도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출금액별 신용불량자는 1백만원 미만이 90만명 가운데 36만7천명(40.7%)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나타냈다. 1백만원 이상 5백만원 미만의 돈을 빌린 2백14만명 가운데 80만9천명(37.8%), 5백만원 초과 1천만원 미만 차입자 1백90만명중 56만명(29.4%), 1천만원 이상 2천만원 미만을 대출받은 3백26만명중 62만3천명(19.0%) 이 각각 신용불량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금이 많아질수록 전체 대출자에서 신용불량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낮아지지만 3억원 이상 고액으로 가면 점유율이 되레 상승, 신용불량에 따른 금융회사의 손실이 그만큼 큰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열 곳 이상의 금융회사에서 차입한 대출자는 2만9천7백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한 금융회사에서 여러가지 대출을 받은 건수를 기준으로 한 다중채무자중 10건 이상 빌리고 신용불량자로 등록된 사람은 모두 38만명에 이르렀다. 이들은 동일한 금융회사로부터 계속 다른 방식으로 돈을 빌린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금융회사의 신용평가에 문제가 있었다는 얘기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