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불량자 400만-이제는 신용이다] 제2부 : (8) 새로운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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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회복지원채권을 발행, 기금을 조성해 신용불량자들에게 대출상환자금을 장기로 빌려 주자."(모 금융회사 CEO)
"신용불량자들에게 국민연금을 선지급해 빚을 갚게 하자."(한 네티즌)
한국경제신문이 '이제는 신용이다' 시리즈를 시작한 후 본사 편집국에는 다양한 계층에서 신용불량자 문제의 해법에 대해 이런저런 아이디어들을 보내오고 있다.
물론 이런 아이디어의 현실성이나 실효성은 검증이 필요하다.
하지만 다양한 아이디어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판단, 그 중 일부를 소개한다.
◆ 신용회복지원채권 발행안 =익명을 요구한 모 금융회사의 CEO가 내놓은 의견이다.
우선 정부가 '신용회복지원채권'(가칭)을 발행, 신용회복지원기금을 조성한다.
채권발행금리는 연 5%대로 한다.
정부는 채권발행을 통해 조성된 자금을 금융사에 빌려준다.
금융사들은 이 자금을 다시 신용불량자들의 연체금 상환용 자금으로 대출(대환대출)해준다.
대출 이자율은 기존의 연 25%(카드사 기준)가 아닌 국채금리 수준이다.
금융사들은 대환대출과 동시에 신용불량기록을 해제하며 대출을 받은 신용불량자들은 대출금을 2년 거치 3년 분할상환 방식으로 갚아 나간다.
물론 대출원금에 대한 탕감은 없다.
이 아이디어의 취지는 경기침체로 인해 대출금 상환능력이 일시적으로 낮아진 개인에게 2년간은 연체금에 대한 이자(연 5∼6%)만 갚고 향후 경기가 회복된 후에 원금을 갚도록 유도하자는데 있다.
이에 대해 김경수 신한카드 재무팀장은 "정부는 큰 재정부담 없이 신용불량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금융사는 연체채권 회수에 따른 재무 안정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검토해 볼만한 의견이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그러나 "신용불량자들이 장기 대환대출마저도 갚지 못하게 되는 경우에 대한 보완책 등이 필요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 국민연금으로 빚부터 갚게 하자 =신용불량자 3명 가운데 1명은 5백만원 미만의 빚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등록된 사람들이다.
이같은 '소액 연체자'들의 빚이 더 커지지 않도록 초기에 구제하는 방안으로 한 네티즌이 '국민연금 활용안'을 제시했다.
그동안 국민연금을 착실히 납부해온 신용불량자에 한해 이들이 납부해온 국민연금을 대출상환용 자금으로 돌려주자는 얘기다.
이 네티즌은 "국민연금은 개인 입장에서는 적금과 동일하다"며 "빚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이 마당에 적금을 깨서 빚을 갚는데 쓸 수 없는 이유가 뭐냐"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계 관계자들은 "국민연금을 신용불량자에게 만기 전에 돌려주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정부가 신용불량자의 국민연금 누적 불입액을 담보로 신용보증한도를 설정한 후 금융사들이 이를 바탕으로 저리(低利)대출을 해주는 것은 고려해볼 만 하다"고 말했다.
◆ 원칙이 중요하다 =한편 정부가 신용불량자 대책을 세우는 문제에 대해 김광진 현대스위스저축은행 회장은 "정부 구제책은 짧고 굵게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2,제3의 정부 구제책이 있을 것이란 '헛된 믿음'을 신용불량자들에게 심어줄 경우 고의로 빚을 갚지 않는 도덕적 해이가 더욱 확산될 수 있다는 얘기다.
김 회장은 특히 "정부가 대책을 내놓을 때도 원금탕감 불가 등의 기본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신용불량자 대책을 세우는 데에는 '선택과 집중'의 원칙도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이정조 리스크컨설팅코리아 사장은 "신용불량자의 채무상환 의지를 따지기 전에 채무상환 가능성부터 따져야 한다"며 "채무상환이 가능한 소액 신용불량자는 장기간에 걸쳐 연체금을 갚도록 유도하고 채무상환이 불가능한 신용불량자는 개인회생제나 개인파산제를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