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4당 대표와의 회동에서 최근의 경색정국에 따른 어색한 분위기를 떨쳐내려는 듯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의 단식을 화제로 삼으며 대화를 풀어나갔다. 노 대통령은 14일 아침부터 문희상 비서실장과 유인태 정무수석을 불러 사전 준비를 했다. ○…노 대통령은 최 대표에게 "건강을 빨리 회복하신 것 같다"고 인사했고,최 대표는 "체중이 좀 빠졌다.다른 데는 괜찮은데 다리가 좀 힘들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노 대통령은 "저도 옛날에 단식을 했는데 계단을 오르내리지 말라고 당부하더라"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김원기 공동의장은 "단식한 다음에는 독한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제일 보신이라고 한다"며 최 대표에게 뼈있는 말을 던졌다. ○…최 대표는 "남극에서 희생된 전재규 대원의 경우 국가유공자 비슷한 예우를 해 국립묘지에 안장하도록 하는게 과학도들의 소망인 것 같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국립묘지에 안장하는게) 어렵다고 실무적으로 판단한 것인데… 다시 논의해 보죠"라며 곧바로 문 실장에게 재검토를 지시했다. 하지만 자민련 김종필 총재는 "남극에서 순직한 것은 분명히 순직인데 국립묘지에 묻히는지 여부는 국무회의 의결사항"이라며 "기준도 아마 미달"이라고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다. ○…노 대통령은 불법 대선자금 수사와 관련,한나라당의 '편파 수사'주장에 "이런 상황을 대통령이 만든게 아니냐고 묻는 사람이 있는데,그게 아니다"며 검찰수사 불개입 입장을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불법 대선자금이 한나라당의 10분의1 이상이면 대통령직을 내놓겠다는 '폭탄발언'을 했다. 김 의장은 회동 후 이에 대해 "신문 1면에 보도될 내용을 나와 상의도 없이 말했다"고 촌평했다. 최 대표도 "의아스럽다.즉흥적 발언인지 준비된 발언인지 알 수 없지만 그런 얘기를 즉흥으로 할 수 있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