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5일자) 정부株 매각이 민영화 아니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정부 보유 국민은행 지분 9.1%가 전량 매각됨에 따라 국내최대은행인 국민은행이 소유구조상 완벽한 민간은행으로 탈바꿈했다. 언젠가는 그렇게 해야 할 일이었기에 잘된 일이라고 할 수 있고,의미가 적지 않은 '변화'라고 볼 수도 있다.
입찰에 부친 주식의 대부분을 국민은행이 자사주 형태로 취득,경영권이 외국인에게 넘어가지 않았다는 점도 평가하고 싶다.
그러나 냉정히 따져보면 이번 정부 보유 국민은행 주식 매각이 본질적으로 과연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의문이다.
정부주가 없어진다고 해서 진정한 의미의 민영화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란 점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IMF사태 직전까지 시중은행 대부분이 정부주가 없는 순수 민간은행이었지만 그것이 상업금융기관으로서 자율성을 갖고 있지는 못했다.
국민은행이 과거의 시중은행들처럼 무늬만 민영화된 은행이 돼서는 안된다.
리딩뱅크로서 국민은행의 역할이 중차대하기 때문에, 또 민영화된 국민은행은 앞으로 있을 다른 은행 정부주 매각 이후의 은행 위상을 결정하는 모델이 될 것이란 점에서 특히 그러하다.
정부주를 전량 매각한 이상 재경부와 금감원은 은행장 인사는 물론 경영 전반에 대해 철저한 자율성을 보장해야 마땅하다.
뉴브리지캐피탈이 인수한 제일은행이나 론스타에 넘어간 외환은행과 마찬가지로 국민은행이 자율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할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앞으로 국민은행 지배구조가 어떻게 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자사주는 의결권 행사가 본질적으로 불가능한 주식이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이사회는 언젠가는 자사주를 소각하거나 제3자에 매각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다면 누가 국민은행 지배주주가 될 것이냐는 문제가 등장한다. 이번에 정부주를 매각하면서 국민은행을 '동원'한 것은 보기에 따라서는 은행이 줄줄이 외국인에게 넘어가는 모양새가 빚어지지 않도록 하려는 의도였다고 풀이할 수 있다.
그러나 현행 은행법이 개정되지 않는한 결국 국민은행도 외국투기자본에게 넘어갈 수밖에 없게 돼있다.
국내기업은 '4%상한'이라는 족쇄 때문에 은행경영에 참여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돼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M&A 목적의 사모펀드를 허용하겠다는 등의 '대책'이 나오고 있지만 따지고 보면 이는 본말이 전도된 편법일 뿐이다.
모든 은행을 외국인에게 넘길 생각이 아니라면 내국인을 역차별하고 있는 현행 제도는 하루빨리 바꿔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