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산업스파이] '기술도둑' 올해만 14조 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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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P 첨단 제조기술(3조원), 휴대폰 운영소프트웨어 소스코드(4천억원), 미생물 발효장비 제작기술(1천억원), 휴대폰용 컬러모듈기술(4조3천억원), 국책연구소 IMT-2000기술 유출사건(6조1천억원)….
올들어 국가정보원에 적발된 산업스파이 주요 사건들과 피해 예상금액이다.
기술 수준도 첨단을 달리고 있지만 금액으로 환산한 기밀의 가치가 엄청나다.
미수에 그치지 않았더라면 예상 피해금액은 모두 14조원이 넘는다.
지난 5년간 적발된 사건의 피해 예상금액이 총 40조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 한햇동안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 셈이다.
보안시스템이 뛰어나다는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굴지의 업체들도 모조리 한 번쯤은 산업스파이의 마수에 걸려들었다.
국정원 관계자는 "현재 1백건 이상의 산업스파이 관련 첩보를 확보하고 있으며 10여건에 대해 정밀 조사를 벌이고 있다"며 "올들어 관련 인력을 두 배로 늘렸다"고 말했다.
문제는 기업들의 글로벌 경영 가속화와 함께 산업기밀 노출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데 있다.
'적과의 동침'도 마다하지 않는 글로벌 제휴 바람과 함께 해외인력 스카우트가 크게 늘고 있다는 점도 그렇다.
기업들이 잇단 구조조정으로 임직원들의 충성도가 크게 떨어졌다는 점도 기술정보 불법 유출의 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실제 지난 5년동안 국정원에 적발된 40건의 산업스파이 사건 가운데 85%인 34건이 전ㆍ현직 직원들에 의해 저질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보면 도중에 미수에 그친 사건보다 산업스파이가 기밀유출에 성공한 사례가 더 많을 수도 있다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이다.
더욱이 브랜드 가치를 중시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경우 사후에 기밀 유출사실을 알게 된다 하더라도 이미지 등을 고려해 외부에 공개하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해외 경쟁사가 발표한 신기술이 우리 것을 그대로 베꼈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며 "하지만 뒤늦게 유출사실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경쟁업체에 항의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방법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털어놓았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사후대응보다는 사전에 기밀유출을 철저하게 차단하는 대비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