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6일자) 새 국면 접어든 대선자금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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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대선 불법자금규모가 한나라당의 10분의 1을 넘으면 대통령직을 걸고 정계를 은퇴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데 이어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5백억원 가량의 불법자금을 받아썼다"며 대국민 사과를 하고 검찰에 자진출두했다.
사태가 또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수사에 큰 전기가 마련됐음은 너무도 분명하다고 본다.
검찰은 가능한 한 수사를 서둘러 경제에 대한 악영향을 줄이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대선 당사자들이 스스로 불법자금모금 사실을 시인한 이상 정치권의 자백을 받는데 주력하고 피해자로 볼 수 있는 기업들을 압박하는 일은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고 본다.
대선자금수사가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은 이만저만 큰 것이 아니다.
삼성 LG 현대차 SK 등 내로라 하는 기업들이 사건에 연루돼 엄청난 타격을 받고 있다.
최고경영자들이 줄줄이 검찰에 불려다니면서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더욱 확산되고 있는 것은 물론 분식회계 의혹이 불거지면서 대외신인도까지 곤두박질치고 있다.
보다 심각한 것은 경영의욕을 상실한 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일이 너무도 시급한데 이래서야 정말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불법행위 조사는 당연한 것이긴 하지만 돈주고 뺨맞는 격인 기업에 대한 수사를 지나치게 확대하거나 장기화하는 것은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를 더욱 위축시킬 뿐이다.
선거만 끝나면 기업을 희생양으로 삼아온 정치권은 이번에야말로 후진적 돈정치를 청산하고 기업을 정치의 질곡에서 벗어나게 만드는 확실한 개혁안을 내놓아야 한다.
비등하는 국민여론에 떠밀려 완전 선거공영제 실시, 지구당 폐지, 정치자금의 신용카드 사용 의무화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는 하나 이것이 현재의 곤궁한 처지를 벗어나려는 일시적 술수에 머물러선 결코 안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