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16일 "국내 경제가 내년에 5%대 이상 성장하더라도 금리 인상을 단정할 수는 없다"며 콜금리 인상에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또 "내년 환율은 하락 압력이 컸던 올해보다 안정적인 흐름을 보여 부담을 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박 총재는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외신기자클럽 기자회견에서 "금리 결정에 있어 경제성장은 여러가지 고려요인 중 하나일 뿐이며 물가 실업 국제수지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금리인상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가 본격 회복국면에 진입하더라도 물가 불안이 심화되지 않는 한 콜금리 인상시기를 늦출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한 셈이다. 박 총재는 환율과 관련, "외국인 주식투자자금 등 자본흐름이 변수이지만 경상수지 흑자가 올해 1백20억달러에서 내년엔 60억달러로 줄어 국제수지 면에서 원화가치 강세(환율 하락) 요인이 반감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카드사 문제에 대해서는 "표면상 연체율이 약 12%에 이르고 있지만 대환대출을 포함한 실질 연체율은 20∼30%에 달한다"고 박 총재는 우려했다. 그러나 이같은 카드 부실은 올 4분기에 정점을 이룬 뒤 내년부터 정리돼 하반기에는 모든 카드사가 흑자 경영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 총재는 이밖에 "국내 부동산가격 상승률은 과거 일본에 비해 현저하게 낮기 때문에 일본처럼 '버블 붕괴'를 경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