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검찰에 자진 출석한 데 이어 16일 노무현 대통령이 측근비리 및 불법 대선자금과 관련해 "필요할 경우 검찰조사도 받겠다"고 밝혀 검찰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헌법 84조에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대통령 재임시 형사처벌이 불가능하다. 물론 헌법상 대통령 특권은 공식 고소·고발이 제기된 이후의 기소 과정에 한정된 것으로 해석해 수사의뢰나 고소·고발 행위 자체를 봉쇄하는 규정은 아니라는 소수설도 있지만 검찰이 현직 대통령을 수사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가 우세하다. 이에 대해 송광수 검찰총장은 "검찰 수사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검찰은 본연의 임무대로 원칙과 정도에 따라 수사할 것"이라는 원칙론을 재차 강조했다. 문효남 수사기획관도 "현 단계는 관련 의혹의 사실관계를 규명하는 단계이며 대통령에 대한 방문조사나 임기 후 기소 등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15일 이회창 전 총재가 자진출석하자 검찰은 충분한 단서를 확보하지 않은 상황에서 당황해했다. 검찰은 이 전 총재가 최돈웅 의원 등에게 직접 지시를 내렸다고 하지만 구체적인 시기 등의 사실관계를 밝히지는 않았다며 현 단계에서 사법처리가 어렵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노 대통령과 이 전 총재가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실질적인 최종 책임자였다는 점에서 검찰로서는 불법 대선자금에 관련된 단서를 확보할 경우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처할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노 대통령에 대해서는 공소제기를 전제로 한 검찰 조사는 힘들지만 수사 상황에 따라 검찰이나 특검의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을 받아 직접 출두하는 경우는 상정해볼 수 있다. 또 이 전 총재에 대해서도 검찰은 향후 한나라당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잡힐 경우 재소환한 뒤 사법처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