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기업이 한국에 대한 직접 투자를 확대하려는 것은 단시일내 사업 역량을 확대하려는 포석으로 해석할 수 있다. 중국 기업들은 막대한 시장을 발판으로 해외 기업과의 제휴 등을 통해 몸집을 불려왔으나 아직 사업 능력은 외국 기업에 못미치는게 사실이다. 따라서 사업 능력을 보다 확충하기 위해서는 첨단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의 한국시장 진출은 이런 취지에 따른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중국 전문가들은 선진 기술을 확보해야 하는 중국 기업들이 자금난을 겪고 있는 한국 기업에 눈독을 들이는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 첨단기술 조기 확보 목적 중국의 BOE그룹이 하이닉스의 TFT-LCD 부문을 인수한 것도 첨단 기술을 조기에 습득하기 위한 전략. BOE는 지난 1월 하이닉스의 디스플레이 분야를 인수, 사명을 비오이 하디이스로 바꾼 이후 경기도 이천과 베이징 공장을 활발하게 가동하고 있다. 베이징 공장의 경우 2005년 상반기에 5세대 라인을 8만5천장 규모로 가동할 예정이며 2007년부터는 6세대 또는 7세대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천 공장은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과 연구개발 기지로 중점 육성하고 있다. 현재 TFT-LCD(초박막 액정표시장치) 분야에서 세계시장 점유율 4%로 세계 9위권에 있지만 2006년 이후 5위권에 진입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매출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8천억원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란싱그룹의 쌍용차 인수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란싱은 쌍용을 인수한 뒤 2010년까지 총 10억달러를 투자해 쌍용차를 세계적인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전문업체로 육성할 계획이다. 쌍용차 증설과 연구개발(R&D)에 5억∼7억달러를 들이고 중국에는 3억∼5억달러를 투입, 마케팅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쌍용차를 생산과 R&D 기지로 집중 육성한다는 전략인 셈이다. 현재 오리온PDP를 인수하려는 3∼4개 중국기업들도 오리온PDP의 생산능력보다는 오리온PDP가 갖고 있는 R&D 능력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단시간내 핵심 기술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은 선진국 기업과 달리 현 경영진을 승계하고 고용보장을 인수조건에 포함시키는 사례가 많다"며 "이는 첨단기술 및 경영 노하우를 전수 받길 원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제 사회에서 사업 능력을 검증받지 못한 중국 업체가 한국 기업을 인수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한국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 자동차 산업 재편 마무리 쌍용차 매각은 국내 자동차 산업 재편의 마무리를 의미한다. 외환위기로 촉발한 자동차 산업 구조조정이 부실사에 새 주인을 찾아주는 방식으로 사실상 종결된 것이다. 지난 97년만해도 현대차 기아차 대우차 쌍용차 삼성자동차 현대정공 등 9개사였던 국내 자동차시장은 4개사로 압축됐다. 이에 따라 유일한 토종기업인 현대차 그룹과 외국자본이 지배하는 차 메이커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세계 1위 메이커인 GM이 작년 4월 대우차 자산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진출했다. 이에 앞서 지난 2000년 9월 프랑스 르노그룹은 삼성차를 인수했다. 중국 란싱그룹이 쌍용차를 인수하면 중국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현대차그룹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1998년 기아자동차 인수를 계기로 시장 영향력을 키워온 현대차로서는 안방 시장을 사수해야 하는 부담이 커지게 됐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