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동북아 허브역할을 하려면 운송 보험 통신 등 서비스 분야에서 개선이 필요합니다." 마하티르 빈 모하메드 전 말레이시아 총리는 동아시아 포럼 폐막일인 16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허브의 본질적인 문제는 서비스분야에서 최신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마하티르 전 총리는 "한국은 중국 등 동북아시아 인접국가들 중 가장 발전된 국가로 싱가포르 같은 경제센터(허브)가 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며 "하지만 이 과정에서 허브국가화를 위한 적극성이나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경쟁국인 일본에 밀릴 가능성이 있다"고 충고했다. 그는 "말레이시아는 한국 일본 대만 중국 등을 본받자는 의미에서 '동방정책(Look East)'을 추구하고 있다"며 한국은 중요한 모델의 하나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그는 모델이라고 모두 좋은 것은 아니며 실패사례도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이 장기간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하나의 모델입니다. 한국은 외환위기를 극복하며 IMF방식을 따른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그로 인해 자국 시장과 경제발전의 통제력을 상실할 수도 있지요.중국은 시장경제를 채택하며 경제는 개방했지만 정치는 개방하지 않아 경제를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을 겁니다." 마하티르 총리는 외환위기 때 말레이시아가 한국과 다른 대처방법을 쓴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말레이시아는 한국보다 경제 규모가 작고,금융자본이 미약하며,다민족 국가이기 때문에 외환개방정책보다는 규제정책을 택할 수밖에 없었지요." 그는 이어 "금융위기 등 아시아경제 위기를 촉발시킨 것은 탐욕으로부터 나온 '서구적 가치'에 기인한다"며 자신의 지론인 '아시아적 가치'의 유용성을 강조했다. 그는 "서구경제 체계는 생산자체보다는 외환매매를 통한 시세차익을 추구하는 것인데 이것은 사업이 아니라 외환 조작"이며 "반면 아시아적 가치는 생산이나 무역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세계화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부자 국가들이 이해하고 해석하는 세계화에는 반대합니다." 그는 세계화로 모든 국가들이 개방하면 이론상으로는 서로 이익을 취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경제 문화 정치 등 여러면에서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간에 차이가 있어 빈국들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빈국들도 이익을 볼 수 있는 세계화가 진정한 세계화라고 그는 지적했다. 말레이시아 근대화의 아버지로 불린 마하티르 전 총리는 지난 10월 말 집권 22년 만에 모든 권력을 내놓고 물러났다. 권순철 기자 i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