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밖으로 급락했다. 미 노동부는 16일 에너지가격의 하락으로 지난달 CPI가 10월에 비해 0.2%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CPI가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는 지난 4월 이후 처음으로 전문가들은 0.1% 상승을 점쳤었다. 특히 가격변동이 심한 음식과 에너지를 제외한 '핵심물가지수'는 월간기준으로 20년만에 처음으로 하락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급락한 것은 경기회복이 아직 본격적인 소비촉진으로까지 이어지지 못한 결과로 풀이된다. 11월 산업생산이 4년만에 최대폭(0.9%)으로 급증한 반면 고용불안으로 소비자들의 '저가매수'심리가 확산되면서 덤핑판매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의류 가구 등이 물가약세를 주도한 게 이를 반영한다. 중국으로부터 저가품이 밀려든 것도 물가하락의 또다른 요인이다. 리먼브러더스 수석이코노미스트 에단 해리스는 "물가하락은 기업들의 가격결정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경제가 디플레에 빠질 가능성은 적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시각이다. 지속적인 달러약세로 궁극적으로 물가가 상승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고용시장이 점차 회복되면서 구매심리도 호전될 것이란 게 근거다. 소비자물가 하락으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상 시기는 더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