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을 담당하는 사람에게 바이어와의 관계 맺기 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나는 이를 '관계우선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2년전 연말이었다. 회사 송년 모임이 있는 날 저녁 공교롭게도 인도 바이어가 사전에 연락도 없이 갑자기 한국에 왔다. 그것도 그 회사의 실무진 한두 명이 아니라 최고경영진들이 총출동한 것이었다. 1년에 한번밖에 없는,그것도 해외에서 주로 시간을 보내는 나에게 회사 동료와 함께 한해를 마무리하는 것은 꽤 중요한 행사였다. 그러나 먼 곳에서 온 바이어들과의 만남을 미룰 수는 없는 노릇.결국 나는 어쩔 수 없이 송년회에 빠지고 그날 밤 늦게까지 바이어들과 미팅을 했다. 바이어들은 회사의 공식적인 업무를 제쳐두고 자정 가까이 성심껏 미팅을 하는 우리 모습에 감명을 받았다. 이후 나는 거래선과의 협상 과정에서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그 날을 떠올린다. 우리가 구축하고 있는 주요 고객과의 전략적 관계는 오늘날 LG전자가 세계속에 우뚝 솟을 수 있는 가장 큰 바탕이 됐다. LG전자의 CDMA 휴대폰이 올 3분기 전 세계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덕분이라고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