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지도자들이 릴레이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15일 '감옥행'도 불사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갖자 노무현 대통령이 바통을 받아 16일 회견을 자청했다. 그러자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도 17일 기자들 앞에 섰다. 이들 정치지도자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회견을 가진 것은 수개월째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불법 대선자금 때문이다. 이들은 일제히 "국민에게 죄송하다. 검찰의 성역없는 조사 후 책임질 것은 책임지겠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시원해 하는 국민들은 별로 없다. 문제의 핵심인 불법자금의 모금 규모와 이것을 어디에 썼는지에 대한 진정한 '고해성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상대방의 고백을 요구하고 있다. 한목소리로 '반성한다'면서도 실제로는 "네가 더 검다"며 공방을 벌이기 일쑤다. 노 대통령은 불법 모금액이 '한나라당의 1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역을 밝히지 않았다. 측근비리 의혹에 대해 '실체'를 드러내기 보다는 고백하지 못하는 이유를 해명하기에 급급했다. 이 전 총재도 "내가 불법 모금을 지시했으며,모두가 내 책임으로 감옥에 가겠다"고 역설했지만 역시 구체적 사용처에 대해선 입을 닫았다. 최 대표는 지난 11일 5일간의 단식요양 후 첫 출근해 비장한 표정으로 "감출래야 감출 수 없는 상황이다.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다 밝히겠다"고 '고해성사'를 다짐했다. 그러나 이후 한나라당이 '자수'한 불법 모금 규모는 검찰수사에서 이미 드러난 사실을 그대로 옮겼을 뿐,단 한푼도 어디에 썼다는 말이 없이 특검으로 떠넘기려 하고 있다.최 대표는 "책임을 지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으로…"라는 질문엔 '노 코멘트'다. '반성의 정치'가 '생산적 정치'로 승화되는 것을 바라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라는 말인가. 홍영식 정치부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