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불량자 400만-이제는 신용이다] 제2부 : (9) '지급결제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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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지급결제제도를 다시 짜자 ]
신용불량자가 급격히 늘어난 데에는 역설적이게도 '신용'카드의 오ㆍ남용이 가장 큰 원인을 제공했다.
지난 10월말 현재 신용불량자 3백59만명중 2백28만명(63.5%)이 신용카드 빚을 연체한 경우였음이 이를 말해 준다.
이처럼 신용카드의 역설이 빚어진 것은 한마디로 '시장의 실패'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특히 신용카드의 기능이 지급결제보다는 현금서비스에 편중된 점이 국내 카드시장의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지난 1999년 4월 이전까지만 해도 최고 70만원이었던 현금서비스 한도액이 불과 3년만에 최고 1천만원으로 확대된 것은 그 단적인 사례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신용카드가 말 그대로 '신용'카드가 될 수 있도록 관련 제도와 영업방식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지급결제 서비스에서 수익 찾아야 =신용카드는 크게 차지(Charge)카드와 리볼빙카드로 나뉜다.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모든 카드회사가 차지카드 즉, 카드사용 후 일정기간 내에 사용대금을 완납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반면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거의 모든 나라는 리볼빙카드(Revolving Card, 카드대금중 일정금액만 갚고 나머지 금액은 이월시키며 이월금액에 대해서는 이자를 내는 방식)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리볼빙시스템은 카드사가 현금서비스에 의존하지 않고도 지급결제서비스(신용판매)에서 고수익을 올릴 수 있게 하는 장점이 있다.
한국은 차지카드 시스템이기 때문에 신용판매 부문에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신용카드사들이 현금서비스 영업비중을 확대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같은 기형적 구조를 개선하려면 신용판매 부문에서 이익을 낼 수 있도록 리볼빙 결제방식을 확산시켜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비자코리아의 권영욱 상무는 "한국계 카드사들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리볼빙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레오나드 멕카일 마스타카드 부사장도 지난해 방한 당시 "리볼빙 제도를 확대할 경우, 신용카드 연체율을 최대 95%까지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사용자에 대해 일정 비율의 이용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이와 관련,서근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는 신용카드사들이 지급결제 서비스에 수수료를 부과하려 할 때 이를 담합행위로 금지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 체크(직불)카드 활성화 필요 =정부가 신용불량자 해법을 말할 때 반드시 등장하는 '단골 메뉴'가 있다.
바로 체크카드 활성화 대책이다.
체크카드란 예금잔액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연체 위험이 없고 따라서 신용불량자를 양산할 이유도 없다.
하지만 체크카드는 국내 카드시장에서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올들어 체크카드 누적사용액은 약 1조원(9월말 기준).
같은 기간 신용카드 사용액(3백80조원)의 0.26%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에서의 체크(직불)카드 사용액은 전체 카드사용액의 49%에 육박한다.
체크카드 사용이 부진한 데에는 체크카드 활성화에 대한 정부의 '무의지'와 카드사의 '무관심'이 작용했다.
특히 최근 국회는 체크카드의 소득공제 한도를 이전 30%(연소득의 10%를 초과하는 카드사용액 기준)에서 20%로 낮추기까지 했다.
서 연구위원은 "소득이 일정치 않은 30세 미만의 고객에게는 체크카드를 발급하고 일정기간 거래실적을 지켜본 뒤 신용카드를 발급하는 것을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체크카드 활성화와 함께 카드사들이 가맹점에 대금을 지급하는 기일을 늦춰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속칭 '카드깡'이 활성화된 이유는 카드사들의 가맹점 대금지급 기일이 너무 짧아 정밀한 카드사용내역 심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며 "미국은 카드사가 카드 사용후 적어도 7일 이후, 일본은 15∼30일 후에 가맹점에 대금을 지급, 사용내역을 철저히 검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