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계열사의 주가가 17일 급등락했다. LG계열사의 LG카드 지원방침에 대해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LG그룹과 채권단이 LG계열사가 LG카드 회사채 등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8천억원을 지원키로 합의한데 영향을 받아 이날 장초반 LG그룹 계열사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특히 LG전자 LG화학 등 주력사의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그러나 장 후반 무렵 LG화학은 플러스로 돌아섰고 LG전자는 약보합 수준까지 낙폭이 줄어들면서 '카드 후폭풍'이 진정기미를 보였다. 이날 장막판 주가 반등현상은 LG계열사의 지원방침이 그 자체로서도 큰 손실이 아니라는 점을 반영하고 있다. 매각과 신규자금 투입으로 LG카드의 유동성 위기가 진정된다는 것은 결국 카드채 보유자들이 만기때 일정한 수익을 얻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장초반에는 계열사 지원이라는 부정적 시각이 반영됐지만,시간이 흐를수록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라는 점이 부각됐다는게 증권가 분석이다. 물론 지배구조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도 나오고 있지만 금융시스템 전반의 혼란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점을 어느정도 용인해야 한다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LG계열사 부담은 얼마나 8천억원어치의 회사채를 인수키로 한 LG그룹은 이날 계열사뿐 아니라 지주회사인 ㈜LG와 개인 대주주까지 채권 인수에 참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LG전자 LG화학 등 주력기업이 상당부분 인수하겠지만 개인 대주주가 참여의사를 분명히했다는 점에서 시장의 평가가 긍정적인 쪽으로 급선회했다고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꼼꼼히 따져보면 카드채 인수로 감수해야할 손실 가능성도 거의 없다는게 증권업계의 분석이다. LG카드로서도 매각된 이후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채권단은 감자(자본금 감소)나 채무재조정이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LG계열사의 LG카드채 인수는 부도 위험이 크게 줄어든 회사채를 사들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만기 때까지 보유하면 일정한 수익을 낼 수도 있다. 물론 불필요하게 자금을 쓰게 된 측면이 있긴 하다. LG그룹측은 이와 관련, "회사채 인수는 실세금리를 적용해 투명한 과정을 거쳐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지배구조는 과연 취약한가 LG카드 회사채 인수와 관련,전문가들은 계열사의 회사채 인수보다 지배구조 문제를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회사채 인수는 손해날 장사가 아니지만 그룹 경영방식이 지주회사 체제 출범 이전과 달라진 게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시장 관계자들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진단한다. LG카드 문제를 신속하게 처리하지 못할 경우 금융시스템 전반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채권단 요구를 수용한 '현실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LG그룹 관계자는 "지주회사 체제는 계열사의 독립경영을 전제로 한 것이 사실이지만 금융시스템의 혼란를 막기 위해서는 채권단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특수한 돌발 상황이 벌어진 만큼 지배구조의 취약성을 부각시키는 것은 과민한 반응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