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경영권이 중국 란싱그룹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농후해져 착잡한 심정을 감추기 어렵게 한다. 중국경제의 괄목할 만한 성장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란 점에서 두렵게 느껴지는 일면조차 있다. 하지만 곰곰이 따져보면 '중국자본의 한국기업 사냥'이라는 부정적 시각으로 볼 일만은 아니다. 란싱그룹이 채권단 보유 지분(55.4%)을 인수하면 한국으로선 대규모 외자를 끌어들이는 결과가 된다. 외자유치는 국가적 과제인만큼 환영할 일이다. 더구나 란싱그룹은 오는 2010년까지 10억달러를 투자해 쌍용차를 세계적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업체로 육성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고용도 보장키로 했다. 한국경제에 상당한 플러스 효과가 있을 것이 분명하고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을 마무리한다는 의미 또한 적지 않다. 물론 중국이 기술력까지 갖추면 한국 기업들이 더욱 힘든 경쟁을 해야 함은 부인하기 어렵다. 둥팡전자가 하이닉스의 TFT-LCD부문(하이디스)을 인수해 첨단 노하우를 습득했고 PDP기술을 노리는 3∼4개사가 오리온PDP 인수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국경없는 글로벌경제시대에 아무 것도 내주지 않으면서 외국자본만 끌어들이겠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얻는 것이 없다면 한국기업에 투자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중국으로선 한국기업을 사는 것만큼 기술수준을 조기에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도 드물기 때문에 앞으로도 유사한 사례는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그렇지만 인수대상기업의 반사이익 또한 결코 적지 않다. 쌍용차나 하이디스로서는 국내에서 생산한 제품을 중국시장에 보다 쉽게 내다팔 수 있는 길이 자연스럽게 열리게 된다. 말하자면 중국은 첨단기술을 확보하고 한국은 광활한 중국시장에 수월하게 진출하는 상생(相生)의 효과가 있는 셈이다. 이번 일은 감정적으로 내키든 그렇지 않든 간에 한·중 경협의 새로운 패턴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되새길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