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低성장국면 진입 경고등 ‥ 韓銀 "잠재성장률 3%대 추락위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이미 4%대로 떨어졌으며, 고질적인 노사불안 등으로 인해 향후 10년내 3%대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한국은행의 경고는 충격적이다.
그동안 우려돼 왔던 '한국 경제의 성장잠재능력 고갈'을 중앙은행이 공식 문건을 통해 확인해 줬기 때문이다.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와 '임기내 잠재성장률 7%대 달성'도 '희망사항'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한은이 최근 3년간의 잠재성장률을 4.8%로 하향 조정한 것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정부와 한은은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최근 4%대로 추락했다는 일부 경고에도 불구, '아직 5%대 초반을 유지하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고수해 왔다.
한은은 국내 경제가 이같은 '장기 저성장'의 늪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투자 확대 △교육 금융 조세 등 각 부문의 제도개혁 △적극적인 출산장려책 △강경 일변도의 노조활동 개선 등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잠재성장률이란 한 나라의 경제가 인플레이션 압력을 받지 않고 도달할 수 있는 최적의 성장률을 말한다.
◆ '3%대 추락' 충격 시나리오
한은 금융경제연구원은 향후 10년간 국내 경제의 잠재성장률 전망치를 두 가지 측면에서 산출했다.
하나는 잠재성장률에서 차지하는 생산성 기여율이 최근 3년간의 수준에 머물 경우다.
이렇게 되면 향후 10년간(2004∼2013년) 연 평균 잠재성장률은 4.6%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생산성 기여율이 매년 일정 수준이상 높아진다면 향후 10년동안 잠재성장률이 4.9%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금융경제연구원은 이같은 전망치를 기준으로 향후 한국 경제가 직면할 수 있는 최상과 최악의 시나리오도 함께 제시했다.
먼저 노사갈등 등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악재들이 제대로 해결되지 못하고 투자율과 경제활동참가율이 모두 현 수준에서 정체될 경우엔 잠재성장률이 향후 10년간 연 평균 3.9%대로 추락할 수 있다는 것.
다행히 투자율이 외환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고 생산성 기여도가 지난 90년대 수준(연 2.3%)으로 회복될 경우엔 앞으로 10년동안 잠재성장률이 연 평균 5.4%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 곳곳에서 켜진 '적신호'
금융경제연구원은 향후 성장기반 약화가 우려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이 없다는 점을 꼽았다.
기술수준이 낮은 범용제품에서는 중국 등 후발국에 밀리고 고가제품에서는 선진국과의 기술격차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국내 경제의 주된 성장요인이었던 인적자원이 고령화와 출산율 저하, 고비용ㆍ저효율 교육시스템 등으로 양적ㆍ질적 측면에서 경쟁력을 잃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이밖에 강경한 투쟁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노조활동과 노동시장의 경직성으로 인해 기업투자와 기업가정신이 위축되고 있다는 점도 지목했다.
주택가격 상승으로 가계부채가 급증한 것도 성장 잠재력을 해치는 요인으로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조정능력까지 약화됐다고 우려했다.
◆ 체계적인 대책이 시급
금융경제연구원은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연구개발투자와 함께 교육 조세 금융 등 각 부문의 제도개혁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교육시장 개방 △대학교육의 자율성 확대 △산학협력 강화 등을 통해 우수 인력을 꾸준히 길러낼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과격한 불법 노조투쟁은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대응하고 정규직 근로자의 해고 유연성을 높여 기업투자를 활성화할 것도 촉구했다.
양동욱 금융경제연구원 통화연구팀장은 "노동이나 자본 등 요소투입 확대에 의한 성장방식이 한계에 이른 시점에서 기술과 생산성 향상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지속적인 경제성장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