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과 기쁨을 표정으로 나타내 검은 눈동자로 감정을 전하는 직립 동물,인간처럼 얼굴을 마주보는 정상위로 섹스를 나누고 키스할 때 혀를 밀어넣는 유인원,다윈의 갈라파고스 발견 이후 가장 중요한 과학적 발견…. 아프리카 콩고의 밀림에 사는 영장류 보노보는 우리에게 인간의 기원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미국 여키스 영장류연구센터 교수 프란스 드 왈과 야생동물 촬영작가 프란스 렌팅이 '보노보'(새물결,3만5천원)에서 보여주는 이들의 '인생'은 놀랍다. 보노보는 내전이 한창인 콩고의 오지에서 모계사회를 이루며 살아가는 영장류. 1만마리 정도밖에 안되지만 이들의 군집생활은 인간과 동물의 경계선을 넘나들며 수많은 질문을 던진다. 이들은 놀랍게도 상징언어로 인간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그래서 인근 주민들은 '우리의 조상'이라며 이들을 잡아먹지 않는다. 활발한 성생활을 즐기는 이들은 성(性)을 갈등 치유와 협력의 매개로 활용한다. 권력과 지배의 수단이 아니라 긴장을 완화하는 평등의 수평구조로 삼는다. 보노보 사회는 암컷 중심으로 움직인다. 수컷들 사이의 서열도 어미에 의해 결정된다. 원숭이들의 경우 새로운 우두머리가 새끼들을 모두 죽이지만 보노보 사회에서는 '유아 살해'를 찾아볼 수 없다. 수컷의 힘이 아니라 모성적인 친밀감과 배려로 서로를 어루만지는 이들은 진정한 '함께 행복하게 살기'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