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미술관 경영위기 갈수록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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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난으로 존폐 위기를 맞고 있는 사립미술관들이 지난 16일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미술관의 '살림살이'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사립미술관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으로 만성 적자에 허덕일 수밖에 없는 취약점을 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정책토론회에서 '수입·지출 내역서'를 공개한 사립미술관은 최근 '자립형 미술관 네트워크'를 결성한 이응노미술관 환기미술관 모란미술관 토탈미술관 제비울미술관 사비나미술관 등 서울과 수도권에 위치한 6개 미술관이다.
이들 사립미술관들이 미술관을 운영하는 데 드는 연간 비용은 최저 2억7천만원에서 5억여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그렇다면 사립미술관의 수입은 얼마나 될까.
경기 남양주에 있는 모란미술관의 경우 지난해 지출은 3억9천만원인 데 비해 입장료와 기획전 지원금으로 거둬들인 수입은 1억9천만원으로 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기획전시 때마다 경기문화재단 남양주시로부터 지원금을 받는 모란미술관은 그나마 형편이 나은 케이스다.
서울에 있는 이응노미술관 환기미술관 사비나미술관 토탈미술관은 지자체로부터 지원금을 일절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박미정 환기미술관 학예실장은 "연간 지출이 5억원이지만 수입은 입장료가 전부로 지출의 20분의 1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응노화백의 미망인인 박인경 이응노미술관장은 "유작을 팔아 미술관을 운영하고 있는데 소장품을 팔 때마다 고인에게 죄를 짓는 느낌"이라고 실토한다.
대부분의 사립미술관들이 이처럼 적자운영이 불가피한 것은 설립자들이 사전에 운영계획에 대한 충분한 검토없이 미술관을 건립한 탓도 있지만 정부나 지자체가 '사립미술관은 사유 재산'이라는 이유로 무방비상태로 방치하고 있는 게 더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
양지연 동덕여대 교수는 "사립미술관은 설립 주체만 민간일 뿐 공공성이 강한 우리의 문화유산을 소장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나 지자체가 당연히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찬동 문예진흥원 총괄협력팀장은 "미술관 운영에 대한 평가를 통해 일부 사립미술관들에 운영비의 일부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