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불량자 400만-이제는 신용이다] 제2부 : (10) 신용인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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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신용인프라를 구축하자 ]
미국 미주리 주립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강모씨(37)는 지난 6월 주택구입자금으로 10만달러를 빌리기 위해 거래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를 찾았다.
은행 문턱을 들어설 때만 해도 강씨는 과연 대출을 받을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미국에서 7년동안 생활하고 있었지만 영주권이 아직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기우였다.
은행에서는 신용정보회사(CB) 자료를 조회해 보더니 10만달러의 대출을 그 자리에서 승인했다.
1백40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미국의 신용정보 인프라가 강씨의 금융거래 상황을 낱낱이 평가하고 있었던 것이다.
◆ 국내 신용정보 인프라의 문제점 =현재 국내에는 신용정보를 취급하는 기관이 이원화돼 있다.
5천27개 금융회사로부터 각종 신용정보를 강제로 집중받고 있는 은행연합회와 미국식 CB업체를 지향하는 민간 신용정보업체가 그것이다.
하지만 은행연합회와 민간 신용정보업체 둘 다 취약점을 갖고 있다.
은행연합회는 불량정보 위주로 돼 있는데다 과거 거래내역 없이 특정기간의 잔액 정보만 집중된다.
신용평가 등 정보의 가공 기능도 없다.
민간 신용정보업체는 신용정보의 가공과 평가를 지향하지만 기본적인 정보량이 현저히 떨어진다.
전문가들은 특히 한국에서는 '정치적 동기'에 의한 신용정보 인프라의 왜곡이 문제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신용불량자가 증가할 경우 정부가 개인신용정보 유통체제를 자의적으로 변경하는 편법으로 신용불량자 숫자를 줄이는 관행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신용불량정보의 말소, 금융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연체기록의 강제 삭제 조치 등이 이에 해당된다.
◆ 신용불량자 제도 폐지를 =한국에서는 신용불량자가 '법적 개념'으로 도입돼 있어 신용불량자는 제도권에서의 금융거래가 봉쇄된다.
반면 주요 선진국들은 신용불량자라는 제도를 두고 있지 않다.
연체 현황 정보에 포함시켜 신용정보 자료로 활용하는 나라가 대부분이다.
금융거래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는 개별 금융회사가 판단하게 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신용불량자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물론 신용불량정보 말소나 등록기준 완화 등 정보 인프라 자체를 파괴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그 정보의 이용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서는 은행연합회나 민간 신용정보업체에 집중되는 정보의 양을 확대, 단순한 잔액정보만 아니라 거래내역정보까지 포함시키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래야만 금융회사들이 연체자(신용불량자)에게 금융거래를 허용할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개별회사의 신용평가 시스템이 중요 =신용인프라의 가장 밑바탕인 개별회사의 신용평가 시스템도 개선의 여지가 많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은행들은 대출을 해줄 때 돈을 빌리는 사람의 신용정도나 상환능력은 제쳐두고 오로지 담보만 따졌다.
신용대출을 해줄 때도 연대보증인을 요구했으며,신용평가라곤 연간 소득을 따지는게 고작이었다.
규모가 작은 상호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은 말할 것도 없다.
여전히 담보나 개인의 재산정도만 따지는 것이 고작이다.
최근 신용불량자 문제로 금융회사들은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이를 교훈삼아 은행 등 금융회사들은 자체 신용평가시스템의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얼마나 신용평가를 잘 하느냐는 결국 얼마나 리스크 관리를 잘 하느냐의 다른 말이기 때문이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