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사상점과 홈플러스 서부산점의 대결이 화제가 되고 있다. 외견상으로는 이마트가 홈플러스의 본거지나 다름없는 부산에 들어가 총공세를 펼치고 있는 것이 전부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 보면 할인점 1,2위 업체 간 숙명의 대결이자 이마트 황경규 대표(58)와 홈플러스 이승한 사장(57) 간의 자존심 싸움이다. 이마트와 홈플러스의 '부산 대접전'은 이마트가 지난 5일 사상구 괘법동 홈플러스 서부산점 옆에 사상점을 열면서 시작됐다. 사상점은 까르푸가 홈플러스와의 경쟁에서 밀려 이마트에 넘긴 점포. 홈플러스와 바로붙어 있다. 초반 전투는 이마트의 우세로 기울고 있다. 이마트 사상점은 개점 후 12일간 1백8억원의 매출을 올려 홈플러스 서부산점(52억원)을 2배 이상 앞질렀다. 개점 초기에 고객이 몰리는 이른바 '개점발'을 감안해도 홈플러스로서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홈플러스 서부산점은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지난달 27일부터 24시간 영업에 돌입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일평균 매출이 오히려 1억원이나 늘었다"며 "이마트의 성공 여부는 개점발이 끝나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홈플러스의 '부산 대접전'은 서울 수도권에서 출발한 이마트가 홈플러스의 부산 본거지를 공략하기 위해 벌인 싸움이란 점에서도 주목을 받는다. 이미 까르푸가 항복해버린 곳에 이마트가 점포를 낸 것 자체가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해석이다. 영남권에서 출발한 홈플러스가 최근 2~3년간 서울·수도권에 잇따라 출점하며 이마트가 장악하던 상권을 잠식한 것도 한 요인이다. 롯데마트를 제치고 할인점 2위로 올라선 홈플러스는 여세를 몰아 올 하반기에도 금천점과 동대문점을 열며 이마트를 추월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부산 대접전이 두 할인점 최고경영자들의 라이벌 의식에서 비롯됐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이마트 황경규 대표와 홈플러스 이승한 사장은 공교롭게도 모두 대구 출신으로 같은 대학(영남대)을 나와 1970년대 초 삼성그룹에 입사했다. 하지만 지금 두 사람은 숙명의 라이벌일 따름이다. '할인점업계 최고의 최고경영자'라는 말을 듣기 위해서는 상대를 꺾어야 하는 상황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두 사람은 자존심이 워낙 강해 서로 마주치는 것도 의도적으로 피할 정도"라고 말한다. 이마트 황 대표는 사상점 개점 직전인 지난달 "전략적으로 세게 밀어붙이겠다","금세 승부가 날 테니 두고 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서부산점을 두고 한 말이다. 비슷한 시기에 홈플러스 이 사장은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마트와 경쟁상권에 있는 12곳 가운데 10개 점에서 이기고 있다"고 말했다. 점포별 경쟁력에서 우위에 섰다는 점을 은근히 과시한 발언으로 볼 수 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