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에 대한 원화환율이 초강세 행진을 거듭,수출기업과 수입기업간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20일 유로화에 대한 원화환율은 1천4백73원13전으로 1년전에 비해 19.20% 올랐다. 수출대금 유로화 결제 기업들은 환율이 오른 만큼 초과 수익을 거뒀지만 유럽 제품을 수입 업체들은 제품가 인상 압박이 커져 울상을 짓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유럽수출 비중은 약 16.6%지만 유로화 결제비중은 3.4%(지난 6월말 기준)에 불과하다. 결제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만큼 환율로 재미를 본 기업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현대차 대우일렉트로닉스 등 일부 기업들은 유로화 결제 비중을 일찌감치 늘려 수혜를 봤다. 올해 수출 규모가 1백억달러로 늘어난 현대차의 유로화 결제 비중은 약 20%.단순 계산으로도 수천억원 가량의 초과수익을 거둔 것으로 볼 수 있다. 현대차는 중장기적으로 유로화 결제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유로화 수출 결제비중이 30%에 달하는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유로화 가치가 치솟으면서 짭짤한 환차익을 봤다. 회사측은 미 달러화에 대한 유로화 강세 현상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에 따라 수출 부서에 유로화 결제비중을 높이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수출물량 중 약 3억5천달러를 유로화로 결제받은 대우종합기계도 유로 강세에 따른 수혜를 보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도 유럽지역에서 부품 수입은 거의 없는 데 반해일부 품목을 유로화 베이스로 수출하고 있기 때문에 초과 수익을 거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수출 기업들은 최근 들어 외환시장에서 유로화의 영향력이 커지는 상황을 감안,유로화 수출 비중을 늘려간다는 전략이다. 한국무역협회 무역연구소 신승관 박사는 "유럽지역 수출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유로화 결제 비중이 일정 수준까지 높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로화 강세현상은 유럽산 자동차를 수입해 판매하는 업체들에 피해를 안겨주고 있다. BMW 벤츠 폭스바겐 아우디 등 유럽산 자동차 수입판매업체들은 1백% 유로화를 결제하고 있기 때문에 유로 가치가 치솟으면 그만큼 원가 상승 부담을 떠안게 된다. 이들 수입차업체들은 올초 유로화대 원화환율을 평균 1천3백원 정도로 잡았으나 최근 1천4백50원까지 상승함에 따라 차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 상반기 유로화 강세 때 한차례 판매가격을 올린 적이 있는 BMW코리아 관계자는 "유로화 초강세로 내년중 유로화에 대한 원화환율이 1천5백원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유럽산 수입차 가격이 추가로 인상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럽지역에서 부품이나 기자재를 수입해 쓰는 조선업체들도 일부 대금을 유로화로 결정하면서 추가 부담을 지게 됐다. 현대중공업 대우중공업 등 조선업체들은 수출대금은 달러로 받는 데 반해 수입하는 기자재 일부에 대해서는 유로화로 대금을 지급하고 있어서다. 유로화 가치가 계속 오르면서 일부 수입판매업체들은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프랑스 명품업체 루이뷔통이 지난달 제품 판매가를 5% 가량 올린 게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들어 이탈리아 고가 의류 수입도 감소,지난 10월 이탈리아산 의류 제품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7.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익원.정태웅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