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이 받아가는 배당금 규모가 매년 급증하면서 외국인의 국내증시 지배현상에 대한 문제점이 새삼 불거지고 있다. 특히 올해 내수경기 침체 여파로 기업의 경영실적은 뒷걸음질쳤지만 외국인 배당금은 40%이상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점에서 고배당 정책에 대한 효용성을 처음부터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특히 외국인들이 우량기업의 주요주주로 부상하면서 향후 우리경제를 이끌고갈 이들 기업의 성과가 '국외 유출'되고 그 결과 성장 원동력을 키우는데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 우량 기업의 고배당 사례 삼성전자는 지난해 배당금 8천18억원 가운데 절반이 넘는 4천3백29억원을 외국인 주주에게 지급했다. 올해는 이익규모가 지난해보다 줄어 배당 총액은 감소하겠지만 외국인 지분이 지난해말 54%에서 12월 현재 58%대로 늘어난 만큼 외국인이 받게 될 배당금은 늘어날 전망이다. 증권업계는 삼성전자 한 곳에서만 4천6백33억원의 배당금을 챙겨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올해 적자가 예상되는 국민은행도 올해 주당 1천원을 배당한다고 가정할 경우 72.4%의 지분을 보유한 외국인은 2천4백억원을 배당금으로 받아가게 된다. 올해 이익이 늘어나 1백%의 배당률을 유지할 계획인 포스코는 외국인(총지분 66.3%) 주주에게 2천5백91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와 KT를 포함한 이들 5대 기업은 결과적으로 올 한햇동안 벌어들인 수익중 11.6%에 해당하는 1조2천7백39억원을 외국인에게 넘겨주게 된다는 얘기다. ◆ 외국계의 고배당 요구 미국계 캐피털그룹은 삼성전자 국민은행 현대자동차 신한지주 한국가스공사 등 23개사의 주요주주다. 지분 5% 이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은 이익률이 높고 배당도 많이 하는 대표적인 우량기업들이다. 캐피털그룹이 이들 기업으로부터 연간 얻는 배당수입은 2천억∼3천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채원 동원투신 자산운용실장은 "외국계 펀드들은 연초 주총시즌을 앞두고 연례행사처럼 고배당을 요구하며 상장기업을 압박한다"며 "올해는 특히 국내 지분참여가 늘어난 만큼 이해가 맞는 펀드끼리 연대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기업배당정책과 대안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배당이 주주가치를 높이는 주요 수단이기는 하지만 외국인이 주도하는 현 상황에선 고배당정책이 왜곡될 수 있는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외국인은 국내투자자와는 달리 기업의 성과를 배당을 통해 챙겨갈 뿐 미래사업을 위한 투자에는 무관심할 수 있다는 것. 증권가 일각에선 우량기업의 경쟁력을 중장기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선 고배당정책의 재검토와 함께 국내기관과 개인투자자의 증시 참여를 유도하는 다각적인 대책이 긴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리증권 신성호 상무는 "자사주 매입은 경영권을 방어하는 기능과 함께 주가를 끌어올리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다"며 "특히 기관및 개인투자자의 기반이 약한 국내 현실을 감안할 때 우량기업들은 고배당정책 대안으로 자사주 매입방안을 적극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