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급사 청어람의 최용배 대표(40)는 회사를 설립한 지 불과 2년만에 한국영화 전문배급사로 자리잡았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올들어 지난 11월말까지 집계한 배급사별 관객 점유율에서도 청어람은 CJ엔터테인먼트(20.6%) 시네마서비스(18.7%) 워너브러더스(8.9%)에 이어 4위(8.4%)에 오르며 월트디즈니(7.4%)와 컬럼비아(5.7%) 코리아픽쳐스(5.3%) 등 전통의 배급사들을 따돌렸다. "외국영화에 한눈 팔지 않고 한국영화 배급에만 주력했던 게 주효했습니다. 소수의 한국작품에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가장 효율적인 배급방법을 모색할 수 있었지요." 청어람은 올들어 공포물 '장화,홍련'(3백20만명)을 비롯 멜로물 '싱글즈' (2백20만명), 드라마 '바람난 가족'(1백80만명) 등 9편을 배급해 1천만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동원했다. 메이저 배급사들이 20~30편을 배급한 데 비해 9편만으로 알찬 수확을 거둔 것이다. "주요 한국영화들을 취급하다 보니까 '선택' '동승' 등 작은 한국영화들을 배급할 수 있는 여력도 생겼습니다. 한국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선호도 상승과 스크린쿼터(한국영화 의무상영제도) 등이 큰 힘이 됐습니다." 그는 자신의 배급 경험에 비춰볼 때 스크린쿼터가 축소될 경우 불과 1,2년내에 한국영화는 붕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상당수 영화를 극장에서 개봉하지 못한 채 비디오로만 내놓고 있는 미국 직배사들이 스크린쿼터가 축소될 경우 자사의 모든 작품을 개봉하기 위해 이른바 '끼워 팔기'를 본격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가 2001년 말 청어람을 설립할 수 있었던 것은 5년여동안 시네마서비스에 배급담당 이사로 재직하면서 인맥을 형성할 수 있었기 때문.서울대 서양사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예전 영화과에 재입학했던 그는 지난 89년 정지영 감독의 '남부군' 조감독으로 충무로에 발을 디뎠다. 원래 감독 지망생이었지만 영화의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경영자로 방향을 틀었다. 그는 배급사업의 성과에 힘입어 제작과 투자에도 손을 댔다. 김희선 주연의 '화성으로 간 사나이'에 투자자로 나서 손실을 입었지만 촬영중인 송강호 주연의 '효자동 이발사'에서는 제작을 맡기도 했다. "앞으로 흥행이 잘되는 한국영화뿐 아니라 배급사를 잡는 데 어려움을 겪는 작품성 높은 한국영화도 배급,국내 영화산업 발전에 기여하겠습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