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버린자산운용이 SK(주)와 최태원 회장등 5명의 이사진을 상대로 제기한 "의결권침해금지 가처분신청"이 23일 법원에 의해 기각됨에 따라 최태원 회장이 소버린과의 지분경쟁에서 일단 승기를 잡게 됐다. 최 회장측은 우호지분을 포함해 40%에 가까운 의결권을 확보,소버린보다 우위에 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소버린은 내년 3월 주총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SK(주) 이사진 교체를 위한 우호세력 확보에 나설 것으로 경영권 향배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게 지배적 견해다. "자사주는 경영권방어 수단" 법원은 결정문에서 "소버린이 SK(주) 최대주주라고 주장하면서 경영권까지 장악하겠다는 의도를 명백히 밝힌 상황에서 SK(주)가 자사주를 처분해 소버린의 지분율을 희석화한다고 해서 이것이 18일 이사회 결의를 무효화할 사유는 되지 못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소버린측의 추가적인 주장이나 소명이 없는 이상 소버린측의 기업매수에 직면한 SK(주) 이사회가 이를 방어하기 위한 경영판단에 따라내린 결의는 적법하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는 자사주가 기존 경영진의 경영권 방어 수단일 수 있다는 증권거래법을 적용한 당연한 결과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지난 99년 개정된 증권거래법(189조의2)은 "적대적 인수합병(M&A)이 시도될 경우 기존 경영진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거나 처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 회장측 우위에 선 듯 이날 법원의 결정으로 최태원 회장측은 소버린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자사주로 가지고 있던 주식의 의결권이 부활됨으로써 SK측이 보유한 지분은 약 35%로 올라섰다. 최태원 회장과 계열사가 갖고 있는 지분 15.93%,우리사주 4.06%,은행등에 넘기기로한 자사주 10.41%,동원 미래에셋등 우호적 기관투자가 4.9%등이다. 여기에 SK그룹의 "백기사(White Knight.경영권 방어를 돕는 제3자)"를 자처한 파인디지털등 소규모 우호지분을 합할 경우 최 회장측 지분은 40%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소버린측은 보유지분 14.99%와 헤르메스(0.7%),템플턴(2.12%) 등 입장이 비슷한 외국인 지분을 합쳐도 17%대에 머물고 있으며 추가로 우호세력을 확보해도 25% 정도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소액주주 "표심"이 변수 증권전문가들은 그러나 최태원 회장측이 방어에 완벽히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 의문을 보이고 있다. 소버린이 내년 3월 정기주총때까지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공세를 펼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서다. 소버린이 SK(주) 주식 5%를 "흑기사(Black Knight.경영권 탈취를 돕는 제3자)"에게 팔아 지분율을 10% 밑으로 떨어뜨리면 출자총액제한 규제가 재개되면서 최 회장측 지분이 15.93%에서 6.47%로 9.46%포인트 줄어든다. 소버린측과 지분율이 비슷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기타 기관투자가와 외국인주주 소액주주들도 여전히 변수이다. 수치로만 보면 이들 중립적인 주주들의 지분은 46.89%에 달해 여전히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표심이 경영권의 향배를 좌우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장외변수도 있다. 시민운동단체인 참여연대는 일부 해외투자가가 의결권을 위임해오겠다고 밝혔으며 내년 1월께 회사가치를 올리기 위한 합리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운영위원장인 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소버린과 SK 경영진,채권단 등 이해관계자의 얘기를 들었고 독자안을 마련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세종증권 유영국 연구위원은 이와 관련,"SK 와 소버린이 내년 주총 이전까지 이들의 표심을 잡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조주현.정태웅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