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대처 수상, 소련의 브레즈네프 수상, 서독의 슈미트 수상과 동독의 호네커 대통령..1980년 5월 7일 유고슬라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에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이 모여들었다. 티토의 장례식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티토」(재스퍼 리들리 지음)는 유고슬라비아의 초대 대통령을 지낸 요시프 브로즈 티토(1892-1980)의 삶을 추적한 전기이다. 티토는 크로아티아의 평범한 농가에서 태어나 금속노동자로 일했으며 18살에 고향의 사회민주당에 입당했다. 제1차 세계대전 발발과 함께 1913년 오스트리아-헝가리군에 소집돼 참전, 1915년 러시아군의 포로가 됐다. 그는 러시아혁명에 투신했고 1920년 귀국해 공산당에 입당했다. 1937년 당 서기장으로 뽑히기까지 그는 체포, 투옥, 망명과 에스파냐 내란 참전, 지하활동 등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티토의 명성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그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80만 명의 파르티잔(빨치산)을 이끌고 독일ㆍ이탈리아 점령군에 대항하면서 부터였다. 그는 유고슬라바아의 전쟁영웅으로 떠올랐고 1953년 초대 대통령에 취임, 생을 마감할 때까지재임했다. 저자는 티토가 냉전의 국제환경에서 제3세계라는 가치관을 추구하면서 독자적인사회주의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비동맹'과 '노동자 자주관리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 덕에 유고슬라비아 공산당은 1948년 코민포름에서 제명되고 자신은 수정주의자로 낙인 찍혔지만 민족 간의 화합이라는 목표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부르주아 자본주의의 횡포도 싫지만 스탈린과 소련의 만행에도 눈을 감을수가 없다. 그렇다고 공산주의까지 포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티토 사망 후 발칸 반도는 내전과 인종 학살의 소용돌이에 빠져 들었고, 결국크로아티아.슬로베니아.마케도니아.보스니아.세르비아-몬테네그로 등 5개 나라로 분열됐다. 티토에 대한 평가는 상반된다. 지지자들은 재임 27년 간 '3개의 종교-4개의 민족-6개의 공화국'으로 이뤄진 유고연방의 통일을 유지한 중립노선을 높이 평가하는반면, 반대자들은 장기간의 공산당 독재와 비도적적인 방법을 통한 경쟁자 제거 등을 비판한다. 책은 티토의 삶과 함께 재임기간 동안의 정책을 분석하고, 그에 대한 다양한 평가를 소개했다. 유경찬 옮김. 을유문화사 刊. 536쪽. 1만8천원. (서울=연합뉴스) 함보현 기자 hanarmd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