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도 명품이 있다.' 큰 판형에 호화 장정을 갖춘 '귀족형 책'이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지적인 재미에 고품격까지 갖춰 고가의 소장용이나 선물용 도서시장을 노리는 이들 책은 정상급 필진에 화려하고 생생한 사진과 그림,일러스트레이션 등으로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한 점이 특징. 서재나 거실에 두면 책 자체만으로 품격을 더해주는 '커피테이블 북' 같은 명품 책들이다. 고급 학습교양서 '고대 문명 시리즈'(생각의나무,전5권,각권 9만5천원)는 타블로이드 신문 판형 크기에 방대한 원색 화보를 배치,'보는 책'의 압권이라 할 만하다. 이탈리아의 화이트스타 출판사가 제작한 원본의 편집에 본문 글자만 한글로 바꿔 이탈리아에서 제작,수입한 공동 출판물이다. 지난 7월 '고대 그리스'와 '고대 로마'가 1,2권으로 나온 데 이어 최근 마릴리아 알바네스가 지은 '고대 인도'와 '앙코르',마우리지오 스카르파리가 지은 '고대 중국'이 3∼5권으로 나와 완간됐다. 책마다 화이트스타가 직접 찍은 고화질의 사진과 지도가 수백장씩 실려 있어 '거대한 박물관을 종이 위에 옮긴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책값이 비싼 편이지만 1,2권이 1천 세트나 팔렸을 만큼 반응이 좋았다.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해 국내외 박물관 및 도서관 소장본과 민간 소장본 등 역대 초상화 가운데 역사적·회화사적·복식사적 가치가 높은 2백69점을 뽑아 실은 '역사인물 초상화 대사전'(이강칠 외 지음,현암사,10만원)도 높은 품격을 자랑하는 고가 도서.책에 실린 초상들이 인물의 외양은 물론 개성을 숨김없이 표현한 점이 놀랍다. 역사학자는 물론 화가와 미술사가 의학자 작가 등에게도 도움이 될 만하다. 프랑스 사진계의 거장인 브레송의 대표작을 모두 모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그는 누구인가'(까치,8만원)도 독자들의 호평을 받은 사진집.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의 기획으로 세계 10여개국에서 공동 출판했다. 35mm 라이카 사진기로 찍은 그의 보도사진이 가로 2백88mm 세로 2백68mm의 큰 판형에 생생하게 담겼다. 명화와 관련한 책도 명품류가 많다. 한길아트에서 나온 '명화의 비밀'(데이비드 호크니 지음,6만원)은 카라바조,벨라스케스,반 에이크,홀바인,레오나르도 다 빈치 등 거장들이 어떻게 유명한 걸작들을 탄생시켰는지 예리하게 탐구한 책. 옛 거장들은 예술적 천재성과 더불어 거울이나 렌즈 등 다양한 시각적 장치에 의존했다는 주장을 펴 예술계에 논란을 불러일으킨 책이다. 또 '세계를 움직인 그림들'(클라우스 라이홀트 지음,중앙M&B,2만8천원)은 역사를 보여주거나 역사에 직접 영향을 끼친 미술작품 90여점을 통해 작품이 만들어졌던 시기의 사회적 상황과 화가의 삶,그림 속 사건이나 주제의 역사적 의미 등을 풀어낸다. 미술사에서 최고 수준의 작품을 골라내 가로 2백45mm 세로 3백mm의 시원한 크기로 되살렸다. 이밖에 영국의 역사학자 토머스 파켄엄이 오대양 육대주를 돌아다니며 진귀하고 특이한 나무들을 조사해 그 중 60여 그루의 나무들을 원색 사진과 함께 소개한 '세계의 나무:경이로운 대자연과의 만남'(넥서스,3만8천원),대문호 괴테가 1년 9개월간 이탈리아 전역을 여행하면서 보고 듣고 체험한 내용을 그의 그림과 함께 실은 '이탈리아 여행'(생각의나무,전2권,각권 2만9천5백원) 등도 나와 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