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에서 서울로의 전학. 특목고와 일반고 사이에서 고민하던 일. 중학교 시절 나에게 주어졌던 선택의 순간들은 어린 나에게 꽤 곤혹스러운 것들이었다. 그런 중학교 생활을 마감하던 날 당시 신연중학교 도덕담당인 김영옥 선생님께서는 내게 졸업 선물이라며 한 권의 책을 주셨다. '모네의 정원에서'(크리스티나 비외로크 지음, 레나 안데로크 그림, 미래사, 6천원)라는 제목의 이 책은 한 소녀가 위층 할아버지와 함께 프랑스를 여행하며 모네의 흔적과 그의 작품들을 찾아가는 내용이다. 선물을 받고 그림에는 문외한인 내게 이 책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때 선생님께서는 '멀리서 보면 아름다운 모네의 수련 그림도 가까이서 보면 물감이 덕지덕지 묻어 있을 뿐'이라고 쓰여진 부분을 펼치셨다. 그리고는 고교 진학 후 '나무'만 보며 각박하게 살아가지 말고 '숲'을 바라보며 살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책의 첫 장에는 '고삐를 늦추고 모네를 생각하는 여유를 갖자'는 문구를 써주시는 것도 잊지 않으셨다. 힘든 시간을 보내던 중학교 시절 선생님은 선택의 방법을 알게 하시면서 떠나는 날까지 나에게 힘이 되어 주셨다. /유희곤 (연세대 인문계열 1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