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옥림 '불 켜진 집은 따뜻하다'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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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을 꿈꾸는 사람들이여! 누구나 가끔은 이혼을 생각하겠지만 이혼은 죄악이다.
절대 하지 마라. 그리고 누가 그랬다. 결혼은 미친 짓이라고.그러나 그것은 파렴치하고 무책임한 말이다. 이혼은 더 미친 짓이다.'
시인 김옥림씨가 이혼으로 인한 고통을 시와 수필로 엮은 자전에세이 '불 켜진 집은 따뜻하다'(열매출판사)를 펴냈다.
아내가 운영하던 식당의 파산 등으로 빚더미에 오른 뒤 결혼 20년 만에 이혼을 맞은 김 시인은 "자살을 시도하려고 약을 사서 주머니에 넣고 다녔는가 하면 동해 바닷가 절벽 위에서 집채보다 큰 파도 위에 몸을 날리려고 한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는 또 "이혼한 주제에…너도 별볼일 없는 인간이구나"라고 말하는 것 같은 주변 사람들의 눈초리에 온몸이 움츠러드는가 하면,홀로 앉은 식탁에서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떨군 일도 많았다고 실토한다.
이혼으로 인한 상처는 그의 시 곳곳에 절절이 스며 있다.
'홀로 늦은 아침을 먹기 위해/눈곱 낀 얼굴로 주방을 오가는/나를 보면 미치도록 처량맞다/…살기 위해 흐느적거리는 몸으로/고추장에 김치 하나만으로/목구멍에 찬밥을/꾸역꾸역 쑤셔 넣는 나는 누구인가'('모순적 삶에 대한 명상' 중)
그는 '이제 내게 결혼기념일이란 없다/그것은 꿈속에서나 그려볼 수 있는/슬픈 자화상 같은 것'('이제 결혼기념일은 없다' 중)이라고 자탄하고 '불 켜진 집이 따뜻하다는 것을 진작에 알았더라면 무릎을 꿇고 피눈물을 흘려서라도 지켜냈을텐데'(수필 '불 켜진 집은 따뜻하다' 중)라고 후회도 해보지만 남은 것은 형벌과도 같은 고독뿐이다.
작가는 "나의 못남과 부끄러운 치부를 드러내는 것 같아 많이 망설였지만 엎드려 속죄하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고 말했다.
지난 93년 시전문지 '시세계'와 94년 '문학세계'에 각각 시와 수필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시인은 그동안 시집 '나도 누군가에게 소중한 만남이고 싶다''그대가 있어 나는 행복하다''따뜻한 별 하나 갖고 싶다' 등을 발표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