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중국 상하이의 한 백화점 어린이용품 매장에 고객 수십명이 모였다. 그들을 끌어 모은 것은 AOL타임워너가 제작한 영어학습 프로그램인 '英語時間'.모두 40장의 CD로 구성된 이 프로그램 가격은 3천3백달러였다. 보통 셀러리맨이 7~8개월 월급을 꼬박 모아야하는 높은 값.그럼에도 CD는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가격이 높아 오히려 잘 팔리는 것 같다"는게 점원의 설명이다. 중국 부모들의 '아이 사랑'은 끔찍하다. 배고프고 힘들어도 하나뿐인 자식에게는 명품 옷을 입히고,기름진 음식을 먹여야 한다. '일가족 6명이 돈벌면 한 아이가 써버린다(六人才爭錢,一人花錢)'라는 말도 있다.그래서 중국 아이들에게 '소황제(小皇帝)'라는 별명이 붙었다. 지난 79년 시행된 '1가구 1자녀 갖기 운동'이후 나타난 현상이다. 소황제들은 거대한 소비집단이다. 어린이 방에 컴퓨터가 파고들고 있고, 맥도날드햄버거 등 외국 식품이 급속하게 확대된 데는 이들 소황제의 공헌이 컸다. 최근 '소황제를 위한 해외유학 상품'이 히트를 치기도 했다. 베이징의 경우 12세 이하 어린이들의 수입품 소비규모는 한 달 총 5억위안(약 7백25억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황제 파워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들은 아동용품뿐만 아니라 일반상품 소비에서도 막강한 결정력을 발휘하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인 링디엔(零点)에 따르면 도시가구 소비의 32%가 5~12세의 어린이 뜻에 따라 결정된다. 13~18세로 올라가면 소비결정력은 44%에 달한다. 소황제들이 소비시장에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은 소황제 마음을 끌기 위한 마케팅 기법 개발에 한창이다. 가전 정보기기 가구 등의 소비제품 광고에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스타를 동원하고, 소황제들의 눈에 익은 해외 유명 캐릭터를 활용하고 있다. 학생대상 TV퀴즈프로그램 협찬권을 따내기 위해 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기도 한다. 중국에서 매년 새로 태어나는 소황제는 약 2천2백만명.이들을 겨냥한 '소황제 마케팅'은 중국시장 공략의 또 다른 키워드가 되고 있다. 상하이=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