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불량자 400만-이제는 신용이다] (좌담) 신용불량 이렇게 줄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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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임혁 금융팀장)=신용불량자가 최근 1∼2년 사이에 크게 늘어난 원인부터 살펴보자.
?윤용기 은행연합회 상무=금융사들이 마케팅이 과도했고 개인들도 자기능력을 넘어서 부채를 늘린 점이 상승작용을 일으켰다.
카드와 카드론을 방만하게 운용하면서 한도가 철폐된 점도 지적돼야 한다.
?사회=정부 정책에는 문제가 없었나.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경기진작에 매달리면서 신용감독을 소홀히 한 점은 분명한 정책 실패다.
개인신용 인프라가 아직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너무 급속하게 개인신용시장이 성장했던 탓이다.
?한복환 신용회복위원회 사무국장=신용카드에 대한 잘못된 이해와 무지가 신불자 증가에 토대가 됐다.
신용카드는 잘 쓰면 득이 되지만 잘못 쓰면 독이 된다.
미국은 70년대,일본은 80년대 후반기에 유사한 어려움을 겪었다.
우리는 그런 사례를 봤으면서도 젊은이들에게 신용카드가 얼마나 위험한 도구인가 하는 교육을 전혀 못한 상태에서 카드발급을 확대했다.
?석승억 신용사회구현시민연대 공동대표=지금까지 신용불량의 문제는 개인의 문제로 취급됐지만 최근 들어 기업과 정부에도 잘못이 있다는 시각도 많아졌다.
누구나 카드를 쓸 수 있고,더 많이 쓸 수 있도록 정부가 장려해 왔다.
소비진작 과정에서 개인여신을 확대했는데,이는 개인들에게 일종의 기회였다.
불행히도 경기가 악화돼 변제기회가 계속 상실됐다.
?사회=신용불량자제도 폐지에 대한 입장은 어떤가.
?윤 상무=신불자 등록제도 폐지는 은행연합회에서도 수차 건의했었다.
문제는 신불자 제도를 폐지하면 모든 기록이 없어지는 것으로 오해하는 채무자들이 많다는 점이다.
신불자 제도가 폐지되더라도 연체기록 등으로 대체관리돼 오히려 더욱 강화되는 측면이 있다.
정책당국에서도 제도폐지의 취지는 동감하지만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차라리 폐지가 아니라 '개편'이나 '개선'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게 적합할 것이다.
?석 대표=신용불량자라는 단어가 지닌 사회적 억압의 측면이 크다.
단순히 빚을 갚지 못했다는 의미를 초월해서 도덕적,윤리적 평가 기준으로 작용하는 부정적 의미가 크다.
신불자제도의 폐지는 당연하다.
제도가 폐지된다고 해서 도덕적해이가 만연할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윤 상무=모럴해저드 문제는 현장 목소리를 파악해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채권자의 목소리도 들어봐야 한다.
신불자제도 폐지 이야기가 나오면서 "내가 왜 돈을 갚느냐.빨리 신불자로 등록해 달라"는 전화가 민원실에 쇄도할 정도다.
?석 대표=워크아웃 방법을 찾는다는 것은 적극적인 변제 의사에 기반한 것이다.
왜 신불자가 되길 원하겠나.
채무자가 채무를 조정받고 변제할 유일한 방법이 신불자가 되기 전에는 없지 않나.
?한 국장=신불자라는 용어자체가 거부감을 주고 있고 전세계적으로 우리처럼 획일적으로 규제하는 나라도 없다.
이런 용어는 빨리 없어지는 게 바람직하다.
일단 신불자라고 하면 직장사회에서 문제 있는 사람이라고 손가락질 받으며 중요보직에서 일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과거 적색거래자,황색거래자 등의 용어가 일률적으로 적용되면서 각종 폐단이 나와 신용불량자제도가 등장한 것인 만큼 용어의 폐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신불자제도를 대체할 수단이 나와야 한다.
대체수단을 만드는 것은 개인신용평가를 정확하게 하는 수밖에 없다.
?최 위원=신불자 기준을 세분화하고 차등적용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시간이 많이 걸린다.
지금은 카드사 유동성 위기 등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 밀려 신불자제도를 폐지한다는 인상을 주지는 말아야 한다.
지금의 현상은 신용공급차원 해결책 외에 고용·성장쪽에서 새로운 돌파구 찾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다.
?윤 상무=신용평가체제는 CB사업자를 지원하는 등 금융회사의 능력을 제고해야 한다.
간과해선 안될 것은 CB사업이 신불자 대책에는 도움이 되기는 하겠지만 신불자가 만연된 상황에서 큰 도움은 안된다는 것이다.
신용평가시스템이 없어 불량회원을 양산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현재의 신용불량자들을 대환대출해줄 사람은 대환대출해주고,이자내는 게 버거우면 대출기간을 늘려주고,납부기일을 변경해주는 식의 다양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석 대표=카드가 발급될 때 철저한 신용분석이 있었다면 모르지만 우리는 홍수에 휩쓸리듯이 카드를 발급받았다.
유럽식의 도덕적 해이 방지를 강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신불자제도를 폐지하는 것만으로는 큰 의미가 없으며 재기를 지원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한 국장=신불자를 예비범죄자인 양 취급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고쳐져야 한다.
신불자 상당수는 실패자일 뿐이다.
한번 실패했다고 매장하는 것은 문제다.
개인회생제도가 미국식이 좋으니 유럽식이 좋으니 하지만 어느나라든 제도가 생긴 배경과 과정이 다르다.
우리나라는 두 가지 측면 모두 필요하다.
도덕적 해이를 차단하면서 일부는 탕감해줘야 한다.
?사회=긴급조치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개인자산관리공사 설치나 신용회복지원채권 발행 등의 주장도 있는데.
?최 위원=기관을 만든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신규 신불자가 더 불어나지 않도록 카드사 위기 해결이 시급하다.
이와 함께 사적·법적 구제제도가 병행 운영될 수 있도록 전반적인 청사진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
?한 국장=새 기구를 만들어 봤자 금융기관만 어려워진다.
자산관리공사가 개인채권을 관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공공기관에서 채권을 회수한다고 했을 때 채무자들은 적당히 버티려 할 것이다.
?사회=신불자문제 해결을 위해선 신불자 고용문제가 중요한데.
?석 대표=외국인 노동자도 쫓아내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일손이 부족한 업체들이 특정 사이트에 '신불자도 괜찮으니 사람 구한다'식으로 구인활동을 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한 국장=신용회복이 확정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신용교육이 계속돼야 하고 일자리도 제공돼야 한다.
3D업종을 비롯한 일부업종은 충분히 일자리가 있다.
?윤 상무=신불자의 3D업종 취업은 은행연합회에서 시도한 바 있지만 현실성이 높지 않다.
또 3D업종도 각종 기능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석 대표=3D업종밖에 할 수 없다는 생각은 잘못이다.
신불자 중에는 사업하다 실패한 사람이나 박사 등 계층이 다양하다.
급여 압류와 관련해서 회사대표를 채무자로 정해놓고 압류하는데 기업주 입장에선 채무자가 되는 게 불만이고,직장에서의 인식도 좋지 않다.
차라리 소득의 일정부분은 변제하도록 해 급여에서 제하고,압류는 하지 못하도록 하자.
?최 위원=서민금융기관 등에서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
서민금융기관이 위축돼 카드사 현금서비스 의존도가 높아진 게 사실이다.
서민금융기관의 역할도 제고돼야 한다.
?윤 상무=과거 저축은행들이 서민들을 끌어안아 주려고 '묻지마' 대출을 해준 결과가 연체율 50%로 돌아왔다.
현실은 당위로 접근해서는 곤란한 만큼 냉철하게 생각해야 한다.
정리=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