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정리하다 보면 기쁘고 즐거웠던 일보다는 후회스럽고 실망스런 일들이 훨씬 많은 것 같다. 더욱이 실현 가능한 일인데도 자신의 의지부족이나 무계획성으로 이를 그르쳤다면 실망감은 더욱 크게 다가오게 마련이다. 결혼정보회사 피어리가 연말을 맞아 회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8.2%만이 연초에 세운 계획을 실천했다고 응답했다. 71.3%는 '그렇지 못했다'고 대답했는데 실천하지 못한 계획으로 남성은 금연,여성은 다이어트를 첫 손가락으로 꼽았다. 올해 계획을 이루지 못한 대부분의 응답자들은 내년에도 같은 계획을 다시 세워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현상은 물질적인 가치보다는 건강한 육체를 통해 행복을 추구하겠다는 이른 바 웰빙(well-being)족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이 형성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건강에 대한 관심은 비단 젊은층뿐이 아니다. 며칠 전 통계청이 발표한 '2003 한국의 사회지표'를 봐도 한국인의 가장 큰 관심사는 '건강'으로 '돈'보다 2배나 높게 나타났다. '얼마나 오래 사느냐'가 아닌 '얼마나 건강하게 사느냐'를 인생의 관건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렇듯 모두가 중요시하는 건강을 지키기 위해 금연이나 다이어트를 계획하지만 마음먹은대로 실천하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의욕이 지나친 나머지 너무 큰 목표를 세워 실패하는가 하면 직장이나 생활의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너무 쉽게 단념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제 평균 수명은 30∼40년 전에 비해 20년 가까이 늘어났지만 암과 성인병에 대한 두려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끽연이 주는 잠깐의 즐거움을 뒤로 하고,배불리 실컷 먹기보다는 균형 있는 식사를 택할 때 건강이 보장될 것임은 두말 할 나위 없다. 그러나 금연과 다이어트가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은 아니어서 여기에는 대단한 각오가 필요할 것이다. 올해는 비록 후회했다 해도 내년에는 실현가능한 계획을 세워,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실천했노라고 하는 성공사례들이 여기저기서 들리기를 기대해 본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