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와 평화,변화와 개혁" 종교계 지도자들이 2004년을 앞두고 발표한 신년 법어와 메시지에 공통적으로 담긴 주제어다. 불교 각 종단의 종정들과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대주교는 화해와 평화를 강조한 데 비해 개신교 지도자들은 변화와 개혁을 통해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할 것을 호소했다. 대한불교조계종 법전 종정은 "줄탁(口卒,啄)의 솜씨를 지닌 사람은 부쟁(不諍)의 덕을 얻어 원융을 이룰 것이요 말에 얽매인 사람은 재주를 팔아 어리석음을 얻을 것"이라고 경책했다. 한국불교태고종의 종정 대행인 이운산 총무원장은 "원융과 회통정신을 실천하여 갈등과 대립,다툼의 병폐를 치유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를 건설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대한불교천태종 김도용 종정은 "집착과 대립,독선의 어둠을 버리고 지혜의 밝은 빛으로 이웃을 보자"고 했다. 불교진각종의 혜일 총인도 "잘하고 못하고를 논하지 않는다면 천상누각이 무너져 윤회의 틀이 뜬구름 되리라"며 시비하기에 바쁜 속세를 질타했다. 정진석 대주교는 "새해 새날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귀한 선물"이라며 "가정과 교회,사회와 세상이 더욱 평화로워질 수 있도록 우리 자신이 평화의 도구가 되자"고 호소했다. 원불교의 좌산 이광정 종법사는 "어리석은 중생들이 말로는 평화를 이야기하면서 행동은 싸우는 길로 나서고 있다"며 미혹에서 깨어나기를 촉구했다. 또 김순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회장은 "엄격한 자기반성과 성실한 자기개혁,원칙에 충실함 등을 통해 스스로를 변화시키자"고 강조했다. 길자연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은 "교회가 세상의 변화와 개혁의 중심에 서기를 머뭇거려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