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광릉CC에 갔다가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다. 곳곳에 '뱀 조심'이라는 팻말이 있는데 뱀 그림까지 그려 놓아 눈에 얼른 들어 왔다. 캐디에게 실제로 "뱀이 나오느냐"고 물어봤더니 "여름이나 가을에는 나오기도 하지만 지금이야 날씨가 추우니까 자러 갔겠지요"라고 대답한다. 뱀 조심 표시가 돼 있는 곳은 대부분 가파르기 때문에 골퍼들이 들어가면 위험한 지역이다. 볼이 페어웨이를 벗어나면 찾기를 포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볼 한개는 계란 한판'이라면서 끝까지 찾아다니는 사람도 있다. 문제는 한국 골프장들이 대부분 산속에 위치하다 보니까 경사가 가파르고 위험한 곳이 있게 마련이라는 점이다. 겨울철에는 이런 곳에서 미끄러지면 큰 사고를 당할 수 있다. 바로 이런 곳에 '뱀 조심' 표지판이 세워져 있는 것이 흥미롭다. 만약 이 자리에 '출입금지'나 '위험'이라고 써 놓는다면 골퍼들은 부담을 느낄 수 있다. 따라서 직설적 표현 대신 '뱀 조심'이라는 애교있는 표현이 보다 효과적이다. 사회가 경제적으로 발전하고 복잡 다양성을 보이게 되면 심리학적 처방이 필요하다. 물리적인 처방이나 직설적 표현 대신 인간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표현이라야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어떤 중소기업 공장의 출입문에 '세상에서 두 번째로 훌륭한 사람들이 드나드는 문'이라는 글이 씌어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사장님에게 그 이유를 물어 보았더니 이런 답변을 했다.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분들은 우리 제품을 사 주시는 고객들이고 두번째는 이런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우리 공장 직원들이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고객만족을 위해서는 먼저 직원만족부터 제대로 되어야 한다는 방침으로 신나는 일터를 실천해 큰 성과를 내고 있다. 심리학적 처방을 하려면 매사를 물리적으로 해결하려는 경직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인간의 동기 욕구 성격 사회성 등 심리학 이론을 활용해야 하고 유연성과 창의력이 있어야 한다. 골프는 멘탈 스포츠다. 따라서 체력만으로는 좋은 성과가 나지 않는다. 심리적인 상태가 더 중요하다. 좋은 골프장은 기계적 서비스가 아니라 심리적 만족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 기업에서도 훌륭한 경영자는 직원들을 단순한 근로자로 생각하지 않고 인격적으로 대하고 심리적 만족을 준다. 직원들의 손발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움직이는 사람이 진짜 경영자인 것이다. 골프장이야말로 참선방이나 기치료센터 못지않은 마음의 수련장이다. 골프장 CEO와 직원들도 고객을 단순한 이용자로 보지 말고 심신 수련자로 받아들여야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이다. 경영컨설턴트·경영학박사 yoonek18@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