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코리아벨트' 뜬다] (6) '뿌리내리는 지역친화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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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북쪽으로 1백60km 떨어진 무와바(Mlawa)시.
고속도로에서 이 도시로 들어가는 간선도로의 이름은 "울리차(Ulica.영어로 street)LG"다.
무와바시는 지난 99년 3월 LG전자가 이 곳에 대단위 TV공장을 설립한데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도로이름을 "울리차 LG"바꾸었다.
폴란드에서 도로이름을 변경하려면 시의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무와바시는 이 곳 1천명이 넘는 인구의 주소지를 새로운 주소로 변경하고 주요 행정기관이 표시된 지도 등을 교체하는 행정업무를 흔쾌히 자청하고 나섰다.
실업율이 26%에 달하는 무와바시의 입장에서는 LG전자가 "구세주"나 나름없기 대문이다.
게다가 이 곳에 근무하는 현지인 6백명중 1백6명은 장애인이다.
최영규 법인장은 "시에서 도시 이름도 "LG무와바"로 교체하겠다고 했지만 완곡히 사양했다"고 말했다.
LG는 지역내 고아원과 자매결연을 맺고 학교에 TV 등의 기재를 지원하는 등 지역친화형 경영을 펼치고 있다.
연간 기부금만 10만달러가 넘는다.
◆한국을 알린다
삼성전자 폴란드법인은 월드사이버게임대회,삼성스트리트컵 킥보드 미니사커 인라인스케팅 전국대회 개최 등 삼성 특유의 스포츠 마케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폴란드가 육상 강국인 점에 착안,삼성전자는 폴란드육상연맹을 공식후원하며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단을 격려하기위한 성화봉송 릴레이 등의 이벤트도 전국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김진안 법인장은 "다양한 스포츠 마케팅을 통해 삼성 인지도가 87%까지 수직상승했다"며 "폴란드 대통령과도 올해 두번이나 독대를 할 정도로 달라진 기업 위상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 체코판매법인도 24일 프라하의 명소인 '올드 타운 스퀘어'에서 청소년장학금 지원을 위한 'LG 자선콘서트'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바츨라프 클라우스 체코 대통령과 인기 연예인,프라하 시민 등 2만여명이 참석했다.
이 행사는 대통령 부인이 설립한 장학재단의 우수학생 외국어연수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콘서트 이후 LG전자 상태홍 법인장이 1백만 크란트를 장학재단측에 전달했다.
클라우스 대통령은 "LG전자가 다양한 봉사활동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체코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음을 감사한다"고 말했다고 회사측은 전했다.
LG는 프라하의 찰스대학 한국어과에 모니터,컴퓨터,DVD 플레이어 등을 지원하며 이미지 높이기에 나서고 있다.
LG전자 폴란드 법인도 자사의 플래트론 모니터 판매금액의 일부를 적립해 시각장애아동 수술기금을 마련,매년 전달해오고 있다.
또 한국의 고유 스포츠인 태권도를 알리기 위한 LG컵 태권도 전국 대회를 해마다 개최하고 있으며 젊은 학생층 공략을 위해 IQ테스트 TV프로그램을 후원하고 있다.
또 폴란드내 10개 대학과 제휴,직원들을 대상으로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학비의 70%까지 지원하는 등 현지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심는데 주력하고 있다.
세계 메이저 테니스대회인 호주오픈을 후원하는 기아자동차는 폴란드에서 아마추어 테니스대회를 개최,우승자를 매년 호주오픈에 내보내는 스포츠 이벤트를 열고 있다.
◆보이지 않는 현지화 노력
대우일렉트로닉스는 폴란드내 모든 기업을 통틀어 수출을 8번째로 많이 하는 기업이다.
매출순위는 해외기업과 공기업을 포함,1백70위에 불과(?)하지만 수출비중이 93%에 달하기 때문이다.
무역적자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폴란드 정부입장으로서는 내수시장 공략에만 여념이 없는 다국적 유통업체와는 비교할 수 없는 효용가치를 지닌 기업이다.
대우자동차로 인해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지만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지난 10월 TV 누적생산 1천만대를 기록할 정도로 폴란드에서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한국 주재원을 제외하고도 9백명이 넘는 현지인을 고용했다.
살인적인 실업률에 시달리는 폴란드로서는 그야말로 알짜기업이다.
루마니아에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망갈리아조선소는 17명의 현지 주재원이 인구 4만명의 망갈리아시를 '먹여살리고'있다.
이 곳에 근무하는 현지인력은 협력업체 직원을 포함,5천명에 이른다.
대우조선에서 지급하는 월급과 세금으로 지역경제 전체가 돌아가는 셈이다.
회사측은 점심식사를 싸오는 직원들에게는 쿠폰을 나눠준다.
망갈리아 시내는 물론 인근 대도시에서도 생필품을 구입할 수 있는 사실상의 화폐다.
대우조선이 97년 부도직전의 국영 조선소를 인수한 이후 조업물량이 늘고 일자리가 생기면서 도시 전체가 생기를 되찾았다.
임문규 사장은 "외환위기 당시 한국인 경영진이 철수할 것이라는 루머가 퍼지면서 회사가 또 다시 흔들릴 것으로 우려한 현지인들이 제발 계속 남아달라는 요청을 했을 정도로 한국에 대한 신뢰가 높다"고 말했다.
망갈리아(루마니아) 바르샤바(폴란드) 프라하(체코)=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