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도가 지난 22일 대규모 유상소각(회사가 주주들로부터 일정 가격에 주식을 사들여 소각하는 것)을 실시하면서 내건 이유는 '재무구조 개선'.그러나 유상소각은 JP모건 등 대주주들에게 대규모 배당을 하기 위한 것이었을 뿐 오히려 부채비율만 높여 재무구조를 악화시켰다. (한경 12월24일자 A13면 참조) 물론 비상장사의 주주들이 제몫을 챙기겠다는 데 달리 할 말은 없다. JP모건은 ㈜만도를 통해 "투자금에 대한 이익을 회수하는데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전해왔다. 그들의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감자(자본금 감소)는 아무렇게나 하는게 아니다.채권자나 거래업체의 이익에 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장 협력업체에서 "만도의 요청대로 부품값을 깎아줬더니 외국인 배만 불려줬다"는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완성차업체들도 "기술개발에 주력해야 할 회사가 이런 지경이라면 부품공급권을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겠다"며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만도 노조 관계자는 JP모건이 투자이익만 챙기면 언제든지 손 털고 나갈 수 있는 외국 금융자본이라는 점을 걱정하고 있었다. "인수후 JP모건 아시아담당자와 자리를 함께 할 기회가 있었어요. JP모건은 통상 3∼7년(평균 5년)내에 투자금을 빼나간다는 그의 스스럼없는 얘기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만도는 내년이면 인수후 꼭 5년이 됩니다. 차라리 국내 업체에 넘어갔었더라면…." 외자유치의 선봉에 섰던 이헌재 전 재경부 장관이 토종자본 펀드를 만들겠다고 나선 것은 아이러니다. 시민단체인 대안연대는 급기야 내년 4월께 '투기자본 감시센터'를 발족시킨다고 한다. "우리는 너무 빨리 외국 금융자본 논리와 외자유치 순기능에 함몰돼 버렸다"는 대안연대 이찬근 교수(인천대 무역학과)의 주장이 왜 이리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건지,답답하기만 하다. 김홍열 산업부 대기업팀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