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는 지금보다 더 내고 연금지급액은 줄이는 내용의 국민연금법 개정안 처리가 정기국회에 이어 이번 임시국회에서 또다시 무산된 것은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이대로 가면 오는 2047년엔 국민연금 재정이 완전히 바닥나는 만큼,하루라도 빨리 국민연금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건 상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위 소속 국회의원들이 노조와 시민단체의 반발을 고려한 나머지,개정안 심의를 제대로 하지 않고 미룬 건 지나치게 선거만 의식한 인기영합적인 자세라고 비난하지 않을 수 없다. 개정안의 핵심내용은 보험료율을 소득의 9%에서 15%로 단계적으로 올리고,연금지급액은 생애평균소득의 60%에서 50%로 낮춘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연금재정이 고갈되는 시점을 2070년 이후로 늦출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처음부터 국민연금수급 설계를 비현실적으로 한 건 전적으로 정부당국의 잘못이다. 한두차례 국민연금법을 개정했을 때라도 제대로 손을 봤어야 했는데,여론의 눈치를 보며 임기응변에만 급급해 불신을 자초한 것 또한 비판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연금재정 파탄이 뻔히 예상되는 데도 법개정을 반대하며 수수방관하는 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정치권이 총선을 앞두고 연금법을 '더 내고 덜 받는' 쪽으로 고치는 걸 꺼리는 건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연금재정 파탄을 막기 위해선 달리 방법이 없는 만큼,지금이라도 연금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옳다. 우선 정부는 국민들에게 연금법 개정의 불가피성을 적극 알려야 할 것이다. 생색나는 일이 아니라고 적당히 덮어둘 경우, 이 문제는 절대로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직시해야 마땅하다. 야당도 연금법 개정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다. 특히 한나라당은 지난 2000년 총선 직전에 연금재정 예상적자까지 포함하면 국가부채가 1천조원에 달한다며 대책마련을 촉구했던 터라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