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버린자산운용이 24일 보유 중이던 SK㈜ 지분 14.99% 가운데 12.03%를 4개의 자회사 펀드로 나눔에 따라 SK㈜ 경영권 분쟁이 새국면을 맡고 있다. 일부에서는 흔히 외국계 펀드들이 연말에 사용하는 방법처럼 장부가를 높여 투자자들의 이익을 현실화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소버린이 지분경쟁을 멈추고 철수를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소버린이 이번 매매로 SK㈜에 출자총액제한 규정이 다시 적용되도록 만들어 지분경쟁에서 우위에 서려는 의도를 내보인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익실현 의도 가능성 소버린이 크레스트증권이라는 단일 사모펀드에 있던 SK㈜ 지분 14.99% 가운데 12.03%를 4개의 손자회사 펀드로 나눈 것은 펀드 투자자들에게 실질적인 투자이익을 가시화시켜주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외국계 펀드들은 연말이면 흔히 이런 방법으로 장부상 이익을 실현한다는게 증권업계의 설명이다. 소버린은 지난 4월 SK㈜ 주식 1천9백2만8천주를 주당 평균 9천2백93원,모두 1천7백68억원에 매입했다. 이날 1천5백27만주(12.03%)를 주당 2만9천4백50원에 매각했을 경우 장부상으로는 3천77억원에 해당하는 이익을 실현하게 된 셈이다. ◆철수준비인가 소버린이 철수 사전준비로 지분을 잘게 쪼갰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분경쟁을 포기하고 이익을 챙길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지분을 여러개 펀드로 나눈 것은 한개 펀드가 지분을 매각할 경우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매각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몇 개 펀드로 지분을 나눈 뒤 상황을 봐가며 지분을 서서히 매각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출자총액제한 재적용 노림수? 소버린은 자회사인 크레스트증권이 갖고 있던 SK㈜ 지분을 4개의 자회사 펀드로 이전하면서 단일 외국인 지분율을 10% 미만으로 낮추려 했을 수도 있다. 현재 SK는 단일 외국인(소버린) 지분이 10% 이상으로 외국인투자촉진법상 '외국인투자기업'으로 분류돼 있다. 공정거래법상 출자총액제한으로 묶여있던 SK 계열사 보유 SK㈜ 지분의 의결권이 부활된 배경이다. 그러나 소버린이 지분을 팔아 단일 외국인 지분율이 10% 미만으로 낮아지면 출자총액제한의 규정을 다시 받게 된다. 이 경우 최태원 회장측의 지분은 15.93%에서 6.47%로 대폭 낮아진다. 은행들이 사들이기로 한 SK㈜ 자사주 10.41%와 우호지분등을 합쳐도 25%대로 줄어든다. 물론 정부는 5개 펀드로 쪼개도 모두를 동일인으로 판단하고 있어 이같은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산업자원부는 "양수인이 외국인 계열사들이라면 여전히 외국인 동일인 지분이 10%를 넘는 것으로 봐서 ㈜SK를 외국인투자기업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이런 경우가 처음이고 법에도 양수인의 조건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는 만큼 해석상 '이론의 여지'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금감위도 "지분변동 신고를 받아봐야 동일인인지 여부를 판정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소버린이 5개 펀드의 실질 소유주가 각각 달라 동일인이 아니라고 주장할 경우 정부 당국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논란이 될 수 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