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잃어버린 '솥'을 찾아서 .. 尹暢賢 <명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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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暢賢 < 명지대 교수.경영무역학부 >
인도에 가면 부랑자들이 많다.
특별히 잘 살아보려는 생각이 없고 마치 고행하듯 수행하듯 국토를 떠돌며 구걸을 통해 연명을 해 나간다.
구걸을 통해 금붙이 하나를 장만하면 이를 품에 간직하고 있다가 어느날 길거리에서 죽음을 맞는다.
이를 처음 발견한 사람이 이 시신을 화장하고 가루를 갠지스강에 뿌리는데 금붙이는 바로 이 사람에 대한 장례비용으로 쓰인다.
가루가 갠지스강에 뿌려지면 한번 가난하게 산 사람이 다음 세상에서 부자로 태어난다는 윤회사상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대부분의 사람은 가난하게 살면서도 현재에 노력하여 부를 추구하기보다는 다음 세상에서 부유하게 태어나는 것을 꿈꾸며 그냥 살아가는 것이다.
결국 '경제하려는 의지'는 박약해진다.
악착같이 덤벼도 시원찮은 판에 적당히 살아가려는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경제발전은 더디고 국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한 나라의 국력을 P로 표시할 경우 'P=(C+E+M)×(S+W)로 나타난다는 주장이 있다.
여기서 C는 국가규모(국토면적과 인구),E는 경제력,M은 군사력이다.
S는 국가의 전략,그리고 W는 이를 뒷받침하는 국민의 의지를 의미한다.
앞의 세 가지는 국력을 구성하는 하드웨어적 요소이고 뒤의 두 가지는 국력을 구성하는 소프트웨어적 요소다.
인구가 많고 면적이 넓어 하드웨어적 요소는 갖추어져 있어도 소프트웨어적 요소,즉 전략의 부재 혹은 '경제하려는 의지'의 부족으로 인해 국력이 시원찮은 나라가 있다.
인도 같은 나라가 그 예다.
반대로 하드웨어 쪽은 보잘것없어도 소프트웨어적인 요소가 강해서 잘 사는 나라들도 있다.
유럽의 강소국들이 그 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힌두교나 이슬람 같은 내세 및 윤회 중시 종교의 영향은 거의 없고 오히려 기독교 같은 현세 중시 종교의 영향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뜨거운 교육열이 살아있고 잘 살아보겠다는 '경제하려는 의지'가 있다.
훌륭한 전략과 국민의 의지를 결집시키려는 리더십만 있으면 무섭게 다시 한번 부상할 수 있는 잠재력이 존재한다.
최근 한국은행에서 발표된 한 논문에서 한국경제가 선진국에 진입하려면 성장전략을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즉 기술모방을 통한 규모확대적 전략을 지양하고 기술혁신을 중시하는 혁신주도형 성장 전략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국민소득 1만달러 달성→6천달러대로 추락→1만달러 고지 겨우 재탈환'으로 요약되는 지난 6년이 '잃어버린 6년'이었다고 할 때 이제 우리 경제가 1만달러 고지를 넘어 선진국으로 진입하려면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전략을 세우고 이 전략을 충실히 실행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가 면적은 작지만 인구는 그런대로 풍족(C)하고 경제력(E)과 군사력(M)이 어느 정도 달성되어 하드웨어적 요소가 갖추어져 있다고 보면 이제 선진국 진입을 위한 전략(S)을 새로 수립하고 이를 달성하려는 의지(W)를 결집해내는 것,즉 소프트웨어적 요소의 재정비가 정말 중요하다.
특히 의지의 결집이야말로 국가적 리더십을 통해 해결해야 할 중요한 목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목표는 있지만 전략이 없고,의지는 있지만 그 의지들이 결집이 안 된 채 자꾸만 분열되어 가고 있다.
흩어진 구슬들이 꿰어지지 못한 채 여기저기 뒹구는 듯한 모습을 보면 암울해질 따름이다.
"1공화국 때는 솥이 없어서 밥을 짓지 못했다.
3공화국은 커다란 솥을 만들었다.
5공화국 때는 솥에 밥을 해서 여럿이 먹었고 6공 때는 물을 부어 누룽지를 만들어 먹었다.
문민정부는 이 솥을 그만 깨뜨렸고 국민의 정부는 이 솥을 겨우 때웠다.
참여정부는 솥이 제대로 때워졌나 토론하기 위해 '검증위원회'에 가지고 가다가 그만 잃어버려서 일단 '솥 찾기 위원회'부터 만드는 중이다."
시중에 유행하는 우스갯소리다.
이제 빨리 찾든지 아니면 새 것을 만들어야 될 때다.
토론도 이제 지겹다.
확실하게 빨리빨리 좀 움직여야 할 것 아닌가.
chyun@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