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한·칠레 FTA(자유무역협정)를 아직도 비준하지 않고 있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FTA는 이미 세계적 대세로 뿌리내려 대외의존도가 70%에 달하는 한국으로선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 됐다. 특히 한·칠레의 경우 우리나라로서는 FTA시대를 연다는 상징적 의미까지 있는 만큼 반드시 연내에 비준해야 마땅하다. 국회는 한·칠레 FTA의 중요성을 충분히 알고 있으면서도 총선을 의식해 농민단체 등의 눈치를 살피느라 비준을 차일피일 미루고만 있다. 4당은 FTA비준 동의안과 FTA이행특별법 부채경감특별법 등 4대 특별법안을 지난 18일중 동시 처리키로 합의하고서도 처리하지 않았고 통일외교통상위원회와 농림해양수산위는 관련 동의안을 서로 늦게 처리하겠다며 부담 떠넘기기로 일관하고 있다. 각국이 FTA체결국과 비체결국을 차별대우하고 있는데다 한국은 세계 무역대국중 유일하게 한 건의 FTA도 성사시키지 못한 탓에 해외시장에서 기업들이 입고 있는 피해가 보통 큰게 아니다. 당장 칠레 시장에서는 2위를 달리던 국산 자동차 점유율이 올들어 4위(1~8월 누계)로 떨어졌고 세탁기 냉장고 등 가전제품 판매도 20% 이상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멕시코에서는 정부가 발주하는 대형 건설 프로젝트에 입찰자격조차 얻지 못했고 기계 완구 전자제품 등을 대상으로 CE마크(공동강제규격인증)제도를 시행중인 EU에서는 상호인증협정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1백84개가 발효중인 FTA는 2005년 말이 되면 3백개를 넘어서는 등 시간이 흐를수록 경제블록화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미 전세계 교역량의 절반 이상이 FTA 회원국간 거래로 이뤄지고 있을 정도다. 특히 유럽과 미주의 경우는 대륙 차원의 자유무역시장까지 출현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FTA체결을 계속 주저하면서 세계적 흐름에서 낙오되면 무역 없이 버티기 힘든 우리 경제는 치명적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청년실업 등 일자리 부족문제도 더욱 심화될게 뻔하다. 때문에 한·칠레 FTA 국회비준을 연내에 마쳐야 함은 물론 일본 중국 싱가포르 등으로 대상 국가도 빠르게 넓혀 가지 않으면 안된다. 더구나 FTA체결에 따른 부작용 등을 우려해 향후 10년간 1백86조원에 이르는 농업 지원대책도 마련된 상황이다. 총선과 관련된 정치적 이해나 일부 이익단체의 반발 때문에 나라경제의 큰 틀을 망가뜨려선 절대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