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6일자) 외자 대항할 국내자본 키우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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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버린이 SK㈜ 지분 12%를 4개 자(子)펀드에 3%씩 매각한 것을 두고 구구한 억측이 나오고 있다.
이익실현을 위한 지분처분 준비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에서부터 단일 외국인 소유지분을 10% 이하로 낮춰 출자총액제한을 받도록 함으로써 SK그룹과의 경영권 다툼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는 전략일 수도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재계 3위인 SK그룹의 경영권이 2천억원 규모도 안되는 외국계 펀드에 휘둘리고 있는 현실은 "글로벌시대에 자본의 국적을 따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발상이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말해 주고 있다.
산업자본의 금융지배는 안된다며 은행을 비롯한 공적자금 투입 금융회사를 외국자본에 속속 넘기고,국내자본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비난을 감수해가면서까지 외국 투기자본에 혜택을 줘왔던 정부정책이 초래한 필연적인 결과이기도 하다.
최근 정책당국과 금융권에서 뒤늦게 이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외자에 맞설 대항마 육성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완화와 오래전부터 외쳐왔던 기관투자가 육성이 당장의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지는 지극히 의문이다.
금융 전업자본이 전무한 상황에서 투자여력이 있는 산업자본의 금융업 진출이 규제되고 있어 외자와 맞설 대규모 사모펀드가 조성되리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여기에다 주식투자로 손해를 본 개인들은 주식시장을 계속 외면하고 있고,기관투자가들도 투자를 늘리기는커녕 고객환매자금 마련을 위해 주식을 내다팔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그나마 자금여력이 있는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도 위험성이 높은 주식이나 사모펀드 투자를 무작정 늘릴 수 있는 처지도 아닌데다 이들에 의한 경영권 지배가 과연 바람직한지도 의문이다.
때문에 외자계에 맞설 국내자본 육성을 위해서는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외국자본이 안방 드나들 듯하고 있는 현실에서 산업자본의 금융업 진출에 대한 역차별은 한시라도 빨리 시정하는 것이 옳다.
국내에서는 투자여력을 가진 유일한 주체라 할 수 있는 산업자본의 손발을 묶어 놓고 외자에 대항할 국내자본을 육성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일 뿐 아니라 현실성도 없다.
아울러 외국자본의 국내기업 사냥을 손쉽게 해주는 출자총액제한과 M&A 관련 역차별도 하루속히 시정해야 외국자본의 독주를 막을 수 있다.